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완패했다.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작용한 결과다. 수도권 민심의 준엄한 경고를 여권은 깊이 성찰하고 전면적인 국정쇄신에 들어가야 한다. 이번 선거는 유권자 50만 명의 기초단체 한 곳에서 치러진 원포인트 선거임에도 거대 양당의 총력전으로 치러졌다. 지역일꾼을 다시 뽑는 보궐선거였지만 원인 제공자가 다시 출마한 기형적 상황이 벌어졌다. 윤 대통령 취임 축포와 함께 치러진 작년 6월 지방선거에서 김태우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을 꺾었지만 정반대가 된 것이다.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한 유책자를 대통령이 석 달 만에 사면했고 여당은 재공천했다. 국민의힘은 자당의 귀책사유로 치러진 보선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당규를 외면했다. 국민을 무시한 염치없음에 지역민이 이번에 회초리를 든 셈이다. 이 모든 상황을 사실상 주도한 윤 대통령은 선거에서 표출된 민의를 겸허히 새겨야 한다.
최근 정국상황도 표심에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장관 3명에 대한 9·13 개각은 앞서 잼버리 파행,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외압사건 등을 돌파하기 위한 성격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재 등용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고 인사검증 시스템마저 비판 대상이 됐다. 자신이 공동 설립한 소셜뉴스의 ‘주식파킹’(우호적 제3자에 맡겼다가 재취득) 의혹에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청문회 도중 사라진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국민과 의회제도를 기만했다.
이번 선거는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 전초전 성격이 없지 않다. 여권은 더 이상 야당 '복'에 기대지 말고 스스로 달라져야 국민 지지를 되찾을 수 있다. 비상한 각오로 당·정 인적쇄신에 나서 국정전반을 개편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의회민주주의를 복원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야당과 대화에 나서기 바란다. 민주당도 야당의 승리가 아닌 정부·여당의 패배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이번 결과가 총선까지 이어진다고 장담할 처지가 아니다. 정치권은 국민을 무섭게 알고 본격적인 쇄신과 혁신경쟁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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