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로 친환경 모델 결함신고 중 에어컨 고장 55%
결함신고 증가에도 교통안전공단 조사 無
박상혁 의원 "전기차 안전 기준 강화해야"
# 역대급 폭염이 지속됐던 올여름 니로 하이브리드 차량 주인인 직장인 이모(29)씨는 땀을 흘리며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다. 2019년 12월 구매한 차량 에어컨에서 소음과 함께 뜨거운 바람만 나오면서 '찜통'이 됐기 때문이다. 기아의 협력 수리센터에 문의하자 에어컨 냉매가스가 새고 있어 부품과 냉매가스를 교체해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
문제는 수리 견적이 무려 200만 원이나 나왔다는 점이다. 냉매가스나 에어컨 부품인 '에바포레이터'는 시시때때로 교체할 필요가 없는데도 이씨의 차는 3년 만에 결함이 생긴 것이다. 그는 "비슷한 시기에 나온 다른 차량에서도 똑같은 결함이 있다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며 "생산 라인에 문제가 있다면 제조사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데 소비자가 떠안아야 하는 꼴"이라고 하소연했다.
올해 결함신고 중 '에어컨 고장' 절반 이상…전기차는 10건 중 8건
기아가 생산한 니로 EV·니로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모델 니로 차종에 대한 에어컨 고장 결함 신고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통안전공단 자동차리콜센터에 접수된 친환경 모델 니로 관련 결함 신고는 △2019년 34건 △2020년 111건 △2021년 153건 △2022년 179건 등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8월까지 99건이었다.
각종 결함 중에서도 에어컨 고장 신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으로 늘고 있다. 친환경 니로 모델에 대한 전체 결함신고 건수 중 에어컨 관련 고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1년 7.2%, 2022년 28.5%였다. 특히 올해는 54.5%(54건)였으며, 전기차인 니로EV만 따졌을 땐 무려 84.7%에 달했다.
최근 기아는 니로 하이브리드·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엔진 부품 화재 위험으로 국내외에서 리콜 결정을 내렸다. 2016년 3월~2021년 12월 생산된 니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의 엔진에서 화재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나와서다.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실시된 국내 니로EV 리콜 조치 대수만 1만5,447대에 이른다.
"전기차 제품 안전성 위해 관리·감독 강화해야"
문제는 이렇듯 니로에 대해 결함 신고 접수가 이어지지만 교통안전공단은 2016년부터 단 한번도 니로EV에 대한 제작 결함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들어 하이브리드 차종의 '전조등 작동 불량' 현상에 대해서만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조사는 자동차 안전 운행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소비자 결함 정보를 따져보는 것으로 결함이 나오면 제조사가 시정(수리·교환 등)을 통해 책임지게 한다.
그러나 교통안전공단은 각종 결함신고 내용이 차량 안전과 밀접한 연관이 없다는 이유로 조사 시작 전 단계에서 본안건에 올리지 않은 채 부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안전공단이 제출한 '니로EV 정보분석 종료 내용 및 결과'에 따르면 ①2022년 에어컨 냉매 가스 누기에 대해선 '안전 관련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②2021년 '충전구 커버 개폐 불량' 결함에 대해선 차량 운행 관련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부결됐다.
기아는 니로EV 결함 신고를 두고 "냉난방 성능 저하는 고객 안전 영향성이 없어 무상 보증 기간 내 차량에 대해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정확한 원인 조사를 통해 필요시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상혁 의원은 "안전에 직접적 지장을 주지 않더라도 광범위하게 발생한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제작 결함 조사가 필수적"이라며 "적극 행정이 이뤄질 수 있게 법 제도를 정비하고 관련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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