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기로 하고, 조만간 발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원 규모를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오는데, 의사단체의 눈치를 봐서 찔끔 늘렸다간 정책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1, 12일 국정감사에서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2025년 대학 입시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원 규모를 묻는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할 수 있지만 위원님(김원이 의원)이 조사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민이 300~1,000명 이상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정부는 의약분업 사태 이후 줄였던 정원(351명)을 원상복구시키는 안, 이보다 많은 500여 명을 확충하는 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 추계자료에 따르면, 의대 정원을 2024년부터 해마다 1,000명씩 늘려도 2035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한의사 제외)는 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5명)의 66%에 그친다.
개원의가 중심인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정원 확대에 부정적이다. 지난 6월엔 집행부 탄핵안까지 제출돼 결국 부결됐으나 그만큼 강경하다. 필수 의료분야의 의사 부족 현상은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고 해결되지 않으며, 의료수가 조정 등 정책적 문제가 많다는 의료계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충분조건은 아니라도 핵심적인 필요조건이다. 의대 정원 확대는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기피 과 인력공급의 숨통을 틔워주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정부는 면밀한 분석과 설득 작업을 통해 충분한 수준의 의료 인력이 공급되도록 하고, 이들이 필수 의료 분야에 유입되도록 정책적 노력도 해야 할 것이다.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18년째 동결된 상태다. 이번에 옳은 길을 택하지 않으면, 다시 바로잡기까지 또 그만큼의 시간을 낭비하게 될지도 모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