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어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 110만여 명에게 “24시간 내 남쪽으로 이동하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시기가 문제였던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의미다. 앞서 이스라엘은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와 알레포 공항에 대한 활주로 공습을 감행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과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사상자가 1만 명을 넘어선 상황에 확전과 함께 민간인 피해 확대가 우려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물과 전기가 끊긴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인도주의 위기는 심각하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와 대규모 보복 공습, 발전소 가동 중단에 따라 230만 가자 주민이 겪는 고초는 생지옥을 방불케 하고 있다는 외신이 쏟아진다. 이재민이 42만 명에 달한다는 게 유엔 발표다. 여기에 수십만 명을 동원한 이스라엘의 지상전 전개는 민간 건물들을 거점으로 하는 하마스의 게릴라 전술에 비춰 시가전에 따른 대규모 민간인 피해를 부를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 대원들은 모두 죽은 목숨”이라고 공언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지를 선언하면서도 “전쟁법 준수”를 당부하고 있지만 피의 보복을 선언한 이스라엘이 얼마만큼 자제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란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과 이란 외무장관의 ‘새로운 전선’ 엄포 등은 확전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민간인 집단 학살과 인간 방패용 인질극 등 하마스의 반인륜적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작전이 또 다른 전쟁범죄를 낳지 않도록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압력을 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하마스나 헤즈볼라의 대응을 빌미로 한 이스라엘 인접국 공습이나 이란의 개입 시도는 이-하마스 전쟁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모는 만큼 조기 수습을 위한 국제사회의 외교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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