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안전 초점 탓 상대적으로 검색 허술
출국·환승 때만... "탐지요원 역할 늘려야"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대’에서 여행객이 마약류를 소지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상대적으로 느슨한 검색 절차 때문으로 최근 급증하는 마약유통 실태를 감안할 때 세관 단속뿐 아니라 보안검색 시스템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민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인천공항 보안검색 중 마약류가 적발된 건수는 지난해(13건)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25건이었다. 출국 과정에서 3건, 환승에서 22건이 걸렸다. 2018, 2020년 전무했던 적발 건수는 3년 새 크게 뛰었다.
적발된 마약류 대부분은 대마 계통이었다. 대마전자담배가 10건으로 가장 많았고, 대마추출물을 전자담배에 쓸 수 있게 만든 대마카트리지 5건, 대마초 4건이었다. 대마젤리와 캔디, 대마 액상필터도 있었다. 엑스터시(MDMA)나 이소부펜이 적발되기도 했다.
관세청의 항공여행객 마약류 단속 건수 역시 증가세다. 8월까지 보안검색을 포함해 출입국 과정에서 마약류가 113건 단속돼 이미 지난해 규모(112건)를 넘어섰다. 적발 마약류 분량(9만3,721g) 또한 지난해(3만6,155g)의 약 3배에 달한다.
문제는 보안검색 특성상 공항에 들어오고 나갈 때 여행객이 소지한 마약류를 탐지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항공안전보안법에 따르면 보안검색은 '불법행위에 사용될 수 있는 무기, 폭발물 등 위험한 물건을 수색'하는 데 한정돼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안검색은 항공기 사고를 예방하는 게 목적이라 총, 칼 등 물리적 위협을 주는 물품을 위주로 탐지하고 마약류가 적발되면 세관에 인계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보안검색에서 적발되지 않은 마약류 밀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5월엔 13회에 걸쳐 베트남에서 3억7,000만 원 상당의 엑스터시와 케타민을 속옷 등에 숨겨 유통한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고, 지난달에는 3억 원어치 마약을 화장품 용기에 담아 국내로 들여온 외국항공사 승무원들이 구속되기도 했다.
출국보다 입국이 더 허술하다. 보안검색조차 없이 세관검사만 이뤄져 신체에 숨긴 마약류를 적발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관세청도 입국장이나 보안검색대에는 단속 전문 인력을 따로 두지 않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기탁수하물은 전부 마약류 반입 여부를 검사하고 있으나 모든 여행자를 검사하기엔 인력 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민철 의원은 "항공은 밀수를 막는 첫 관문인 만큼 보안시스템을 보다 촘촘하게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항공보안학회장인 황호원 한국항공대 교수는 "입·출국 시 마약 위험을 감지하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며 "보안검색 직원 중 위험을 감지하는 '행동탐지요원'의 역할을 마약류 조사까지 확대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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