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초안에서 제외했던 소득대체율(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 인상 방안을 최종안에 담아 정부에 제출키로 했다. 기존 18개 안이 ‘더 받는’ 것 없이 ‘더 내고’ ‘늦게 받는’ 것이어서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커지자 부랴부랴 보완한 것이다. 전문가들이 정부 참고안을 만들면서 무려 20개 넘는 안을 백화점식으로 담았으니, 이게 무슨 참고가 되겠나 싶다.
위원회가 지난 13일 마지막 회의에서 확정한 내용에는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5% 또는 50%로 올리는 방안이 추가됐다. 지난달 공개한 초안에는 9%인 보험료율을 12, 15, 18%로 올리는 안, 수급개시연령을 66, 67, 68세로 늦추는 안, 기금 수익률을 0.5, 1%포인트 올리는 안 등을 조합해 무려 18개 시나리오가 담겼다. 노후소득 보장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기존안은 그대로 둔 채 연금을 더 받는 안까지 추가한 것이다. “소득대체율 인상이 연금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차원”이라지만,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정부 개혁안을 이달 말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5년마다 종합운영계획을 만들도록 한 국민연금법에 따른 조치다. 남은 시간은 보름 남짓이다. 20개가 넘는 안을 충분히 검토하기엔 턱없이 짧은 시간이다. 그러니 정부 개혁안도 맹탕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가뜩이나 정부안을 넘겨받을 국회도 미덥지 못한 상황이다. 작년 10월 연금개혁특위를 1년 시한으로 출범시켜놓고 손 놓고 있다가 활동 기한을 총선 뒤인 내년 5월말까지로 연장하겠다고 한다. “21대 국회 임기 안에 마무리하겠다”지만 믿기 어렵다.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 좌고우면 말고 단일안을 내놓길 바란다. 연금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운 게 허언이 아니라면 그 정도 의지는 보여줘야 한다. 옳든 그르든, 그래야 국회에서도 치열한 논의가 가능하다. 4개 복수안을 내놓고 유야무야됐던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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