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라파 대기 중"... 중동 정세 '바로미터'
"난민 유입" "정세 불안" 우려에... 개방 주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는 영토의 북쪽과 동쪽은 이스라엘, 서쪽은 지중해와 접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한 뒤 가자지구의 유일한 출구는 이집트와 맞닿은 남쪽의 '라파'가 유일하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음에도 이집트는 라파 국경을 열지 않고 있다. 왜일까.
"14일 국경 통과" 안내와 달리... 국경 막은 이집트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영국 BBC방송 등을 종합하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14일 가자지구 내 자국 시민권자들에게 라파로 이동해 탈출하라고 안내했다. "라파 국경을 개방하기로 미국이 이집트·이스라엘 등과 합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시민권자들은 14일 라파 검문소를 통과해 빠져나올 예정이었으나 이집트는 허용하지 않았다. 이집트가 병력을 추가 배치하고 임시 시멘트 장벽을 세우는 등 정반대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집트 역할 '바로미터' 라파... "난민 유입" 우려도
이집트가 라파 국경 개방을 주저하는 건 이집트의 외교적 스탠스와 관련이 깊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이스라엘과 수차례 전쟁을 벌인 이집트는 1979년 미국의 중재하에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은 뒤엔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이집트는 또 팔레스타인의 온건파 자치정부(PA)를 공식 파트너로 인정하면서도 하마스와도 제한적 소통을 유지했다. 이에 중동 내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이익을 챙겼고, 정세에 따라 라파 국경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했다.
이집트는 이번에 라파 국경을 폐쇄하며 "이스라엘의 공습이 계속되는 만큼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국경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진짜 고민은 따로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마스 대원이 잠입해 내부 정세가 불안해질 가능성, 가자지구의 난민들이 대거 유입돼 경제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 등을 걱정한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이집트는 올해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92.9%에 달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열악하다. 또한 가자지구 주민이 이집트에 대거 정착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2개 국가를 수립한다'는 아랍권 전체의 구상이 흔들릴 수 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12일 "팔레스타인인은 자신들의 땅에 머물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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