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자신과 자녀 보호… 범행 동기 참작"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살해한 30대 아내가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부산고법 울산재판부 형사1부(부장 손철우)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형 집행유예를 유지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 경남 양산시 자택에서 30대 남편 B씨에게 수면제를 넣은 커피를 마시게 한 뒤 베개로 얼굴을 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2017년 건축 관련 사업에 실패한 후 경제활동에는 손을 놓은 채 매일 같이 술을 마시며 A씨에게 가정폭력을 행사했다. A씨는 평소 B씨 행동에 불만을 품고 있던 중 사건 당일에도 B씨가 무리한 성관계를 요구하는 등 학대하자 범행한 뒤 자수했다. 경찰조사에서 A씨는 “남편이 없으면 모든 사람이 편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의견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유족들은 소중한 가족을 잃고,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면서도 “지속적인 가정폭력 등 범행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배심원 의견을 받아들였다.
검찰은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 역시 “공포심에 압도돼 남편이 없어져야만 자신과 자녀를 보호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게 됐고,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며 “A씨가 구금되면 자녀들이 부모의 부재 속에 성장해야 하고, B씨 유족도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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