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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죽어라!" 증오범죄로 미국 6세 아이 피살... 전쟁의 잔혹한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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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죽어라!" 증오범죄로 미국 6세 아이 피살... 전쟁의 잔혹한 나비효과

입력
2023.10.16 17: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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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백인 남성, 팔레스타인계 모자에 흉기
바이든 "증오 범죄 끔찍"... FBI도 경계 강화
유럽서도 '반유대주의' 테러 발생 우려 고조


15일 파키스탄 북동부 라호르에서 무슬림청년연맹(MYL)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항의하고 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인과의 연대도 선언했다. 라호르=AP 연합뉴스

15일 파키스탄 북동부 라호르에서 무슬림청년연맹(MYL)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항의하고 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인과의 연대도 선언했다. 라호르=A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전 세계에서 인종 및 종교와 관련한 혐오 범죄가 극에 달하고 있다. 미국에서 팔레스타인계 6세 소년이 '무슬림'(이슬람 교도)이란 이유만으로 70대 백인 남성의 흉기 공격을 받아 숨진 사건은 가장 극명한 위험 신호다. 반(反)유대주의 광풍에 따른 대규모 학살이라는 '아픈 역사'를 지닌 유럽에선 반대로 유대인을 표적 삼은 범죄가 잇따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로 물들고 있는 중동 전쟁 여파가 국경을 넘나들며 재차 피를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70대 남성, 무차별 칼부림… 6세 아이 사망·엄마도 중상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전날 미 시카고 남서부 근교의 한 주택에서 6세 남자아이가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경찰에 체포된 범인은 이 소년 가족이 세 들어 살던 집의 주인인 백인 남성 조셉 추바(71)이다. 추바는 14일 아침 세입자의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고, 숨진 소년의 엄마(32)가 문을 열어주자 다짜고짜 "무슬림은 죽어야 한다!"고 소리치며 마구 흉기를 휘둘렀다. 아이의 몸에서는 흉기에 찔린 흔적이 26곳이나 나왔다. 엄마 역시 12곳 이상 찔리며 중상을 입었지만 생명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경찰은 밝혔다.

피해 가족은 팔레스타인 출신 무슬림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용의자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두 피해자가 이슬람교도라는 이유로 잔혹하게 공격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유족과 팔레스타인인, 아랍인, 미국 내 무슬림 공동체에 위로와 기도를 보낸다"고 애도한 뒤, "이 끔찍한 증오 행위는 미국에서 설 자리가 없다"고 규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도 미국 내 유대인과 이슬람교도를 겨냥한 증오 범죄를 경계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하마스나 다른 외국 테러 조직이 이번 전쟁을 틈타 지지 세력에 미국 영토 공격을 요청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며 "미국 내 유대교 및 이슬람 관련 종교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14일 미국 시카고 인근 교외에서 70대 백인 남성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 팔레스타인계 6세 소년 와데아 알 파유메의 생전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14일 미국 시카고 인근 교외에서 70대 백인 남성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 팔레스타인계 6세 소년 와데아 알 파유메의 생전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나치 시대 상징'까지... 반유대주의 범죄도 잇따라

유럽도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발생 위험에 떨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독일 베를린에선 아파트 현관문에 유대인(유대교)을 상징하는 '다윗의 별' 문양이 스프레이로 그려지는 일이 잇따랐다. '다윗의 별'은 과거 나치가 유대인 식별·격리를 위해 유대인들의 몸과 이들이 운영하는 상점 등에 붙인 표식으로, 반유대주의 상징물로 인식돼 왔다. 이탈리아에서도 병원 등 공공장소를 중심으로 "유대인은 살인자" 같은 낙서를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앞서 프랑스에선 지난 13일 고교 교사가 대낮에 20세 무슬림 남성에게 피살되는 일도 있었다. 프랑스는 서유럽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고, 이스라엘과 미국에 이어 유대인이 많이 사는 나라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7일 이후, 프랑스에서 발생한 반유대주의 행위 등 위협 사건은 최소 189건에 달한다. 최근 영국 런던 유대인 학교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예정되자 학생들에게 등교 자제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격화할수록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과격 세력들 간 충돌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FT는 "중동 분쟁이 극에 달하면서 유럽 전역의 유대인들은 무슬림들에게 분노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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