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유행한 지난해 요양기관 감염·사망 집중
취약한 환기시설 영향도… 정부는 이제야 개선
코로나19가 유행한 4년 동안 사망자 4명 중 1명 이상이 요양기관에서 발생했고, 요양기관 사망자의 89%는 지난해에 집중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에 취약한 고령층 환자가 밀집된 시설에 지난해 감염력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대표적 감염취약시설인데도 환기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점은 요양기관 사망자 속출의 또 다른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연말에야 뒤늦게 요양기관 환기시설 평가에 나서는 데다가 내년 설치 지원 예산을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등 정부의 안이한 대응도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양병원 치명률, 전체 치명률의 14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6일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받은 '코로나19 사망자 현황(2020년 1월~2023년 8월)'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요양원)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환자는 9,181명이었다. 전체 코로나 사망자(3만5,934명)의 26%다.
요양기관 코로나 감염 사망은 특히 지난해에 집중 발생했다. 요양기관 전체 사망자의 89%에 달하는 8,142명이 숨진 것이다. 지난해는 1~3월 전파력이 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5차 대유행으로 이어진 해다. 코로나 유행 초기인 2020년 요양기관 감염 사망자가 60명(1%), 델타 변이가 확산한 2021년 504명(5%)이었던 것과 차이가 크다.
요양기관의 감염 취약성은 다른 통계로도 확인된다. 2020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요양기관 7,773곳에서 32만5,029명이 감염됐는데, 기관당 평균 감염환자 수가 요양병원은 52명, 요양원은 24명에 달한다. 감염 환자의 82%는 지난해에 나왔다. 또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치명률은 국내 전체 치명률(0.07%)보다 각각 14배, 12배가 높은 0.95%, 0.83%였다.
뒤늦은 요양기관 환기시설 효과성 평가
전문가들은 요양기관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과 사망이 빈발했던 요인으로 취약한 환기시설을 우선적으로 꼽는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요양기관 감염은 작은 병실에 병상이 많고 관리 인력은 부족한 것에 더해, 환기시설이 뒷받침되지 않아 바이러스가 오래 머물렀던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코로나대응특별위원회 100일 로드맵에 '요양시설 내 환기시설 개선 및 재정지원 확대'를 담기도 했다.
하지만 정책 실행은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요양기관 내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한 환기시설 개선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보건복지부는 정책 진척도를 묻는 질문에 "올해 12월부터 시설 설치 효과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또 올해는 요양기관 환기시설 설치 지원사업에 45억1,200만 원을 투입했지만 내년 예산 편성액은 23억5,600만 원으로 절반가량이 삭감됐다.
김영주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과학 방역'을 외쳤지만 정작 노인 감염취약시설의 실태는 들여다보지 않고 있다"며 "또 다른 감염병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요양기관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예방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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