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위, 교체 권고... "열사 정신에 반해"
서울 중구 평화시장 앞을 18년간 지켜 온 '전태일 열사'의 동상이 결국 철거될 전망이다. 동상을 제작한 민중미술가 임옥상 작가가 강제추행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전태일재단 측은 검토 끝에 교체하는 쪽으로 결론내렸다.
전태일재단은 12일 '전태일동상 존치·교체 숙의위원회'로부터 "현재 전태일 동상을 전태일 정신을 상징하는 새로운 상징물로 교체하라"는 내용의 권고문을 받았다고 16일 밝혔다. 재단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권고와 관련된 후속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재단은 올해 8월 법원이 여직원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임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자 전태일 동상 존치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숙의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장인 박승렬 목사를 포함해 시민사회 인사 11명이 참여한 숙의위는 지난달 11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4차례 회의를 거쳐 동상 교체로 뜻을 모았다. 앞서 서울시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추모공원 '기억의 터'에 설치된 임씨의 다른 작품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을 철거했다.
숙의위는 "소중한 역사의 상징이었던 전태일 동상은 상징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며 교체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작가의 성추행은 약자에 대한, 자신보다 낮은 지위의 창작 노동자에 대한 폭력이자 착취였다"며 "약자를 지키고자 목숨을 바친 전태일 열사의 정신에 반하는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전태일 동상은 2005년 청계천 복원 당시 국민 모금으로 평화시장 앞 전태일다리에 세워졌다. 이이곳은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며 분신한 장소다.
동상이 있던 자리에는 시민사회의 의견을 모아 전태일 정신을 드러낼 수 있는 새로운 상징물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숙의위는 "기존 동상도 역사인 만큼 새 상징물이 건립될 때까지 현재 장소에 유지하고 교체한 후 재단이 보관하기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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