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물리적·정치적으로 위험한 출장”
가자 지상전 유혈사태 책임 공유 가능성
“부수 피해 우려 직접 전해야 효과” 판단
지금 이스라엘은 전쟁터다. 16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동 중, 때마침 울린 공습경보에 벙커로 대피해야 했을 정도다. 더욱이 이스라엘이 곧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본거지를 초토화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민간인 사상자도 속출할 게 뻔하다. 그런데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굳이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하기로 했다. 왜일까.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6일 “정치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위험으로 가득한 여행이 될 것”이라며 “놀라운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미 CNN방송도 “위험성이 작지 않다”고 진단했다. 일단 안전 담보부터 쉽지 않다. 전쟁 발발 1년 만인 올해 2월 우크라이나를 찾았던 것과 달리, 이번 이스라엘 방문은 개전 후 열흘 남짓 만에 이뤄진다. 로이터통신은 “아무리 동맹국이어도 미국 대통령이 전쟁 시작 직후 찾는 일은 드물다”고 전했다.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는 이유에서다. 정상회담 도중 블링컨 장관처럼 급히 몸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더 큰 문제는 가자지구 유혈 사태 책임 공유 가능성이다.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강행으로 팔레스타인에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이스라엘 편에 선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도덕적 부담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이미 가자지구 사망자는 3,000명에 육박했다.
그러나 위험을 감내할 만한 기회를 바이든 대통령이 봤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대면 회담의 장점이 크다. 로이터는 “직접 만나야 바이든 대통령이 가자지구 지상전의 부수적 피해에 대한 자신의 우려와 ‘레드 라인’을 비공개로 솔직히 얘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통령의 방문 및 지지 표명이 네타냐후 총리에겐 정치적 자산이 되는 만큼, 이스라엘의 신중한 군사 작전과 인도적 지원 협조를 이끌어내는 지렛대로 삼을 수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 방문 조건으로 미국이 지상군 투입 연기를 이스라엘에 요구했을 수 있다고 NYT는 짚었다.
이스라엘 지지, 행동으로… “난 트럼프와 달라”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재선에 유리하리라는 심산이 작용했을 개연성도 있다. 미국 사회는 유대인의 입김이 세고, 이스라엘 방문은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가장 확실한 지지 표명이다. 특히 하마스의 공격 직후 네타냐후 총리를 비난하고 친(親)이란 레바논 무장 단체인 헤즈볼라를 “똑똑하다”고 칭찬해 물의를 빚은 대권 경쟁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할 수도 있다. 미국 내에서 지도자 면모를 부각하는 정치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결정에 감정이 섞였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CNN은 “네타냐후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의 40년 우정, 그리고 네타냐후 총리에게 분명한 지지를 보여주고 싶은 바이든 대통령의 열망이 행정부의 대응에 반영됐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설은 애초 이스라엘 언론에서 흘러나왔다. 네타냐후 총리가 초청했다는 내용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처음부터 가고 싶어 했다고 한다. 하지만 따질 건 따져야 했다. 중동 순방에 나선 블링컨 장관이 이스라엘 정부를 접촉해 조건을 조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열릴 예정이던 정책 성과 홍보 목적의 콜로라도 방문 행사 일정을 이례적으로 당일 취소하고 백악관에 머물며 안보팀으로부터 이스라엘 전황을 보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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