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부사장인 정찰총국 공작원과 연락
달러, 마약, 생필품, 충성 자금까지 바쳐
7년간 동남아시아 지역 북한식당을 드나들며 북측 공작원을 도운 정보기술(IT) 사업가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가 건넨 수천만 원 상당의 물품 중엔 마약류도 포함돼 있었으며, IT 관련 업무 지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은 IT 업체 대표 A(52)씨와 그에게 마약류를 제공한 B(49)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검거해 불구속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공공기관 수십 곳에 IT프로그램을 납품·유지보수하는 업체 대표로, 2016년부터 미얀마와 라오스의 북한식당에 출입하면서 정찰총국 소속 식당 부사장과 해외 메신저, 국제전화 등으로 연락하고 물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정찰총국은 대남 공작업무를 총괄하는 북한 정보기관이다.
식당은 북한 청류관의 해외 분점으로 A씨는 4,800달러(650만 원)와 식당 운영에 필요한 일렉기타, 앰프, 공연복, 속옷, 피부관리용품, 의약품 등 2,070만 원 상당의 생필품을 식당에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달러 일부를 북한에 이른바 '충성자금'으로 송금하기도 했다. 경찰은 전문의약품과 향정신성의약품이 발송 물품에 들어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약사법 위반 및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도 추가했다.
A씨가 북한 관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한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됐다. 그는 식당이 북한에 바치는 자금 문제, 여종업원들의 속옷 사이즈 등 속사정을 꿰고 있었고, "내가 식당의 사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은 또 A씨가 북한 주요 기념일인 10월 10일 조선노동당 창건일에 꽃다발을 들고 식당에 들어가거나, 북한대사관 소속 차량과 같은 시간대 식당에 머무는 장면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A씨가 북한 공작원인 부사장으로부터 지령을 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사장은 미얀마 정부가 '정부 반대세력의 인터넷 사이트 차단' 임무를 의뢰하자, A씨에게 해당 업무 수행을 명령했다. 경찰은 본인을 정찰총국 소속이라 밝힌 부사장에게 A씨가 정부기관에 IT프로그램을 납품한다고 답한 기록도 확보했다.
A씨는 식당 출입, 물품 제공 등 사실관계는 인정하나 범행 동기와 관련해선 식당 여직원과의 애정관계를 주장하며 간첩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식당은 북한의 외화벌이 창구일 뿐만 아니라 공작기관의 거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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