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부 성비위 등 공직 기강 해이 잇따라
한국가스공사 등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 공기업에서 성희롱, 인사 개입, 고객정보 유출 등 각종 비위 사건이 끊이질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중 상당수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부실한 대처가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나도록 부채질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제출받은 '레드휘슬(익명 제보) 신고 내역'에 따르면, 1월 성희롱과 막말을 일삼은 A 부장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다. "내 동기가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그건 과도한 성행위 때문이라고 했는데 내가 아파 보니 그게 아니더라"거나 "아내랑 속궁합이 안 좋아 바람을 피우고 있다", "애는 여자가 키우는 것" 같은 성희롱·성차별 발언이 반복된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A 부장은 부하 직원들에게 승진을 앞둔 B 직원을 언급하며 "점수를 잘 주라"고 인사 개입성 발언을 여러 차례 내놨다고 한다.
가스공사는 그러나 신고를 접수하고도 '정식 조사를 요청한 직원이 없다'는 이유로 추가 조사 없이 사건을 종결시켰다. 레드휘슬 신고는 익명 제보자를 보호해 공익 신고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는데 이를 무시한 셈이다. 가스공사 측은 "일부 부적절한 성희롱 발언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나 부서원들이 처벌을 원치 않음에 따라 인사부장이 당사자에게 구두 경고를 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수년 전 부하 직원을 상대로 한 성희롱·성추행 등 성추문 문제가 불거졌던 간부를 1급으로 승진시키자 '부당 인사'라는 신고도 접수됐다. 그러나 해당 사건도 가스공사 인사부로 이첩된 이후 '성희롱 및 성추행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대로 종결됐다.
'47조 원' 적자 한전 노조 간부, 성추행으로 직위해제
재무 위기에 빠진 한국전력에서도 비위 사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감사 결과 드러났다. 한전은 올해 4월 고객 실명화 작업을 위해 고객에게 이메일을 발송하면서 이름과 전기 사용 장소 등 2개 항목에서 4만9,884건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담당자 9명 중 2명만이 징계를 받았을 뿐 7명에 대해선 경고·주의 조치에 그쳤다.
한전의 부실 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컸던 올여름, 노조 간부의 성 비위 사건도 일어났다. 김경만 의원실에 따르면, 한전의 한 지역본부 노조 간부는 올 7월 사업소 인근 식당에서 회식 도중 여성 직원의 신체를 부적절하게 접촉했다. 한전은 고충 신고 접수 후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가해자를 8월 1일부로 직위해제한 이후 징계 처분 절차를 밟고 있다.
김경만 의원은 "에너지 공기업이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는 위급한 상황에서 전문성 없는 기관장이 임명돼 우려가 컸다"며 "적자 문제뿐만 아니라 내부 공직기강 문제도 심각해 기관장의 리더십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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