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11월 10일 퇴임)의 후임으로 이종석 헌법재판관을 지명했다. 이 재판관의 남은 임기를 고려할 때 단 11개월짜리 헌재소장이 탄생하게 된다. 헌재 업무의 안정성을 고려하면,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1개월 임기 헌재소장’의 근본적인 원인은 관련법의 모호성에서 출발한다. 헌재소장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받아 현직 재판관 중에서 임명하도록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명시돼 있다. 그런데 소장 임기가 정해지지 않아 재판관 6년 임기 중 잔여 임기만 채우고 물러나는 게 관행화돼 있다.
소장 임기를 법에 명확히 해서 오랜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필요가 있지만 개헌과 맞물린 문제다. 이론상 재판관을 재임명해 6년 임기 소장에 지명할 수도 있지만 편법 논란이 만만치 않다.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효숙 당시 재판관을 이런 방식으로 사퇴 이후 재임명하려다 여론에 밀려 불발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법의 모호성만을 탓하기엔 운영의 문제도 상당하다. 이종석 재판관을 소장으로 지명하려는 이유는 그가 보수 색채를 가진 것도 있지만,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기인 관계가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이 많다. 문재인 정권에서도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김이수 재판관을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했다가 국회 임명동의에서 부결된 적이 있다. 이후 고육지책으로 지명된 이진성 소장도 10개월 만 소장직을 수행했다.
법의 불완전성에도 불구하고 유남석 소장은 6년의 재판관 임기 중 5년을, 박한철 전 소장은 4년가량을 헌재소장으로 재임했다. 지금의 재판관들 중에서 충분히 몇 년의 임기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후보를 고르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
야당은 이번 인사에 윤 대통령이 논란을 무릅쓰고 또다시 친구의 손을 잡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행적인 야당의 공격이라고만 치부할 것이 아니다. 여당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데엔 ‘인사 참사’가 누적된 원인이 컸다. 그 점을 벌써 잊은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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