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끝> 산림녹화 완성하려면
'녹화 성공' 평가 불구 "쓸 나무 없어"
"나이 오십의 아이들 한방에 넣은 격"
임업기계화로 숲 가꾸고 목재생산비↓
"임업 선진화 위해 임도 확대는 필수"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복구에 성공한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
세계식량농업기구(FAO)
“한국의 푸른 숲은 인류가 ‘하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
잉에르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
올해 산림녹화 50주년을 맞은 한국의 산에 대한 세계의 평가는 감탄과 격찬 일색이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선 이 같은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전문가를 찾기 힘들다. 그들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한다. 치산녹화를 통해 숲 경관 제공, 대기질 개선, 생물다양성 보전, 산림 정수 등 산림의 공익적 기능과 가치는 크게 높였지만, 국토 면적 63%에 해당하는 산림의 경제적 가치, 경제림으로의 활용도는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탓이다.
박상준 경북대 산림과학조경학부 교수는 18일 “반세기 전 헥타르(㏊)당 3,000본씩 식재받은 숲이 꾸준히 관리돼서 현재 300~400그루의 건장한 나무를 품었다면 우리 숲은 경제적 수익까지 내면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 숲은 어릴 때 한방에서 키우던 아이들을 나이 오십이 될 때까지 한방에서 데리고 사는 집의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풍요 속의 빈곤’ 한국 숲
통상 나무는 고밀도로 식재돼 높이 성장을 하고, 가지치기와 솎아베기 등 숲 가꾸기의 도움으로 우량 대경재(직경이 30cm 이상인 원목)로 성장한다. 우리 숲은 식재 이후 반세기 동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부피 성장은 거의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 같은 분석은 ‘우리나라 숲에 나무는 많지만, 쓸 만한 나무는 많지 않다’는 일반인들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필요 목재 대부분이 수입으로 조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목재 자급률은 15% 수준이다. 우리와 산림면적 비율이 비슷한 일본(42%)은 물론, 독일(53%), 미국(71%)과 비교해도 한국의 목재 자급률은 낮다. 산림청 관계자는 “세계가 인정하는 녹화 성공 국가이고 나무의 양(임목 축적)도 1972년 ㏊당 11㎥에서 165㎥/㏊(2021년)로 15배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우리나라 목재 수입액은 7조 원이 넘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녹화엔 성공하고도 쓸 만한 나무는 많지 않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숲 가꾸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여건이 녹록하지 않다. 고령화와 함께 임업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17년 국내 1만2,500명 수준이던 임업 생산 관련 인력은 지난해 1만1,700명으로 800명(6%) 감소했다.
고령화 대응할 임업 기계화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보다 앞서 고령화한 일본의 임업 현장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조구현 산림교육원 교수는 “일본은 임업 현장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펠러번쳐(벌도기), 프로세서(조재기) 등 고성능 임업기계 보급을 통해 목재 생산성을 올렸고, 기계화로 작업 여건이 개선되자 젊은 노동력이 유입됐다”며 “이와 함께 산촌에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지역소멸도 어느 정도 지연, 예방하는 선순환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임업 기계화 수준은 매우 낮다. 대표적인 고성능 임업기계인 ‘프로세서(조재기)’는 일본에 2,239대가 보급돼 있지만, 국내엔 18대에 그친다. 프로세서는 벌도기(펠러번쳐)가 베어서 눕혀놓은 나무를 가지치기하면서 일정한 길이로 자르는(조재) 장비다.
또 일본 임업 현장에서는 2,000대 이상 보급된 하베스터(벌도기)의 경우 국내에선 보급이 미미하다 보니 대부분의 벌목작업은 기계톱에 의한 인력으로 이뤄지고 있다. 조 교수는 “조이스틱으로 게임하듯 작업이 이뤄지다 보니 젊은 여성들도 임업 현장에 들어오고 있다”며 “도치기현의 한 임산기업에선 여직원으로만 구성된 목재 생산반이 있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녹화가 가린 임도..."주목해야"
임업 현장의 기계화를 위해선 이들 장비가 현장에 접근할 수 있는 ‘혈관’, 임도가 필수적이다. 임도 양쪽으로 300m씩 접근한다고 볼 때 1㎞의 임도가 나면 약 60㏊ 면적의 숲 관리, 목재 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임도는 ㏊당 3.6m로, 미국(9.5m/㏊), 일본(23.5m/㏊), 오스트리아(50.5m/㏊)에 비해 크게 낮다.
박 교수는 “산은 푸른 게 정상이고, 산의 나무는 길이 없어도 자라니 임도가 주목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녹화에 성공한 숲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리기 위한 숲 가꾸기, 50년 동안 키운 목재의 생산은 물론, 캠핑과 트레킹 등의 산림 휴양 기능 확대를 위해서도 임도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농로를 내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듯, 임도가 없으면 임업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임도의 이 같은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부정적 여론이다. 최무열 한국임업인총연합회장은 “임도는 산을 파괴하는 길이 아니라 숲 관리, 목재 수확과 이용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처하고 산불 등 산림재난에도 대처하는 국가 중요 시설”이라며 “교통사고 때문에 고속도로 건설을 주저하거나, 구더기 무서워서 장 담그는 일을 미루지 않듯 임도에 대한 일부 비판 여론을 의식해 임도 건설을 주저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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