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 끔찍 학대 드러나기 반년 전 市 현장점검
22개 항목 모두 준수 표기, "특이사항 발견 못 해"
"학대 방치 다름없어"… 동물구조단체 고발 검토
지난달 초 끔찍한 동물학대 정황이 드러난 경기 화성시의 한 반려견 번식장이 불과 6개월 전 관할 지자체의 현장 점검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번식장은 당시 20개가 넘는 점검표(체크리스트)를 무난하게 통과했다. 화성시의 허술한 현장 감독이 동물학대를 방치한 거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화성시의 3월 현장 점검표에 따르면, 해당 번식장은 영업장시설 및 인력기준, 영업자준수 등 22개 항목 모두 준수(실시)한 것으로 돼 있다. 점검표는 동물보호법 시행 규칙에 따라 동물생산업체들이 의무적으로 지켜야 할 규정 등을 담고 있다. 이 번식장은 2013년 동물생산업체로 허가받아 170㎡ 규모의 번식용 개 사육장을 갖추고 있다.
당시 점검에는 이 번식장이 환기와 청소, 소독을 실시하고 해충 출입방지 시설도 갖춰 위생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와 있다. 법적 사육 공간(몸길이의 2.5배)과 관리인원(주중 14명)도 규정에 맞게 확보했고, 1년 미만 개에 대해 교배와 출산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규정도 잘 지키는 것으로 표시돼 있다. 개들에게 주 1회 운동 기회도 제공한 것으로 표기됐다.
하지만 반년 뒤인 9월 초 사단법인 동물구조단체 ‘위액트’ 등 20여개 동물단체가 현장을 급습했을 때는, 합법적인 개 번식장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참혹한 동물학대 실태가 드러났다. 1년 미만 개의 교배ㆍ출산 금지 규정을 준수한다고 했지만, 현장에서 확보한 교배 및 출산일지 등에 따르면 8개월 미만 개에 대해서도 교배와 임신을 강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임신한 어미 개의 배를 갈라 새끼만 꺼내거나, 개 사체를 신문지에 겹겹이 쌓아 냉동고나 시설 인근 뒷산에 묻은 정황도 확인됐다. 위액트 측은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개는 근육이완제로 살해하고, 사체를 불법적으로 소각했다는 제보까지 있다”고 전했다.
청결하다던 사육장 내부도 사료와 오물이 뒤섞여 악취가 진동했다. 개 20마리 정도가 있어야 할 20㎡ 규모의 사육장에는 60여 마리가 뜬장(배설물 처리를 위해 바닥에 구멍을 뚫은 철장)에 갇혀 피부가 곪은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해당 업체는 번식견 391마리로 신고했으나 주변에 창고 등을 지어 불법으로 사육 규모를 키웠다. 적발 당시 학대 피해견은 1,410마리나 됐다.
동물구조단체는 화성시가 실태 파악을 소홀히 했다며 직무유기 등으로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함형선 위액트 대표는 “제보와 구조 당시 현장을 종합할 때 해당 업체의 동물학대는 장기간 반복적으로 지속돼 온 것으로 보인다”며 “시가 내부도 들어가지 않은 채 ‘수박 겉핥기식’으로 점검하다 보니 비극을 막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화성시는 3월 점검 때 이미 신고된 개체수보다 150여 마리가 많은 545마리를 키우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
화성시는 점검 당시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학대 등의 행위는 허가 받지 않은 건축물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커 미처 점검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시 관계자는 “사육장 문 앞에서 내부를 보면서 관련 자료를 검토해 점검표를 작성했고, 학대 정황은 없었다”며 “사육장 주변 무허가 건물에서 이뤄진 사육행위도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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