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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4억명 다 알아보는 중국 '안면인식 빅브러더'...정말 없앨까?

입력
2023.10.23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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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끝나지 않은 '안면 인식' 통제

편집자주

5,000년간 한국의 이웃 나라인 중국. 한국과 비슷한가 싶다가도 여전히 다른 중국. 좋든 싫든 앞으로도 함께 살아가야 할 중국. '칸칸(看看)'은 '본다'라는 뜻의 중국어입니다. 베이징 특파원이 쓰는 '칸칸 차이나'가 중국의 면면을 3주에 한 번씩 보여 드립니다.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 위치한 중국공산당역사전람관을 찾은 한 주민이 입구에 설치된 안면 인식기로 신분을 인증하고 있다. 베이징=조영빈 특파원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 위치한 중국공산당역사전람관을 찾은 한 주민이 입구에 설치된 안면 인식기로 신분을 인증하고 있다. 베이징=조영빈 특파원

#.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중국 공산당 역사 전람관(전시관) 출입구 앞. 방문객 수십 명이 줄을 지어 기다리다가 공민증(주민등록증)을 '안면 인식기'에 갖다 댔다. 안면 인식기에 설치된 카메라는 공민증 소지자의 얼굴을 스캔했다. 본인 확인이 끝나자 "위잉~"하는 소리와 함께 출입문이 열렸다. 걸린 시간은 대략 3초. 30여 명이 모두 입장하기까지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 같은 날 베이징 하이뎬구의 베이징대학교 남(南)5문 앞. 캠퍼스 안팎을 오가는 학생과 교직원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교문에 설치된 안면 인식기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얼굴 정보가 안면 인식기에 저장돼 있어 공민증을 따로 제시할 필요가 없었다. 기자도 얼굴을 갖다 대 봤다. 안면 인식기 화면에 붉은 경고 표시와 함께 "일치된 정보가 없다"는 문구가 떴다.

호텔·화장실·박물관 등에서 '안면 인식' 금지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의 베이징대학 입구에서 스쿠터를 탄 학생이 안면 인식기를 통해 신분을 인증한 뒤 캠퍼스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베이징=조영빈 특파원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의 베이징대학 입구에서 스쿠터를 탄 학생이 안면 인식기를 통해 신분을 인증한 뒤 캠퍼스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베이징=조영빈 특파원

중국 대도시에서 보기 어렵지 않았던 이 같은 풍경이 차차 사라질 전망이다. 생체 정보를 남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중국 정부가 "안면 인식 기술 사용을 제한하겠다"는 결단을 최근 내렸기 때문이다.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은 지난 8월 '안면 인식 기술 적용 안전관리 규정' 초안을 발표했다. "민간 영역에서 안면 인식 기술을 사용하려면 특정한 목적과 충분한 필요성이 있어야 하며, 엄격한 보호 조치가 취해진 경우에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또한 안면 인식 기술을 대체할 수 있는 비(非)생체 인증 방식이 있다면 이를 우선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호텔, 공중 화장실, 탈의실 등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장소에는 안면 인식 기술이나 영상 수집 장치를 설치할 수 없다. 공항, 역, 경기장, 박물관, 전시장, 도서관 같은 공공장소에서도 법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안면 인식 기술 적용이 제한된다. 안면 인식 기술로 신원을 확인하는 행위도 금지됐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규정 발표는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기술 사용에 대한 포괄적인 지침을 세운 첫 번째 사례"라고 설명했다.

범인 색출·이산가족 찾기 등에서 가공할 위력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안면 인식 상용화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중국은 8월 '안면 인식 기술 적용 안전관리 규정' 초안을 발표하고, 안면 인식 기술 상용화에 대한 규제를 예고했다. 사진은 중국 당국이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중국 춘제 연휴를 앞두고 고향으로 향하는 시민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안면 인식 상용화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중국은 8월 '안면 인식 기술 적용 안전관리 규정' 초안을 발표하고, 안면 인식 기술 상용화에 대한 규제를 예고했다. 사진은 중국 당국이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중국 춘제 연휴를 앞두고 고향으로 향하는 시민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중국의 안면 인식 기술의 상용화 수준은 세계 최고다. 인권 보호를 위한 규제가 사실상 없었기 때문이다. 2020년 이후 대도시에 들어선 아파트엔 세입자 안면 인식 장치가 설치돼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출입증을 제시하지 않아도 출입이 가능하게 설계됐다. 기차역에서도 티켓 구매자가 얼굴 인식만으로 플랫폼에 입장할 수 있다. 패스트푸드점과 편의점에선 모니터에 얼굴을 가까이 대는 것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안면 인식 기술은 범죄자 적발에 특히 유용했다. 중국 공안(경찰)은 2018년 광시성 난창시에서 열린 한 콘서트에서 수배자 명단에 오른 용의자를 체포했다. 콘서트장의 안면 인식 시스템이 수배자 데이터 베이스를 바탕으로 관객 6만여 명 사이에 끼어 있던 용의자를 찾아냈다. 같은 해 허난성 정저우 당국은 경찰들에게 안면 인식 장비가 탑재된 스마트 안경을 착용하게 했고, 40일간 범죄 용의자 33명을 체포했다.

'이산가족 찾기'에도 유효했다. 1988년 산시성 시안에 살던 한 부부는 2세 난 아들 마오를 유괴당했다. 2020년 시안 공안은 마오의 어린 시절 사진을 토대로 성인이 된 얼굴을 합성했고, 합성한 사진을 안면 인식 시스템 데이터 베이스와 대조해 마오를 찾아낼 수 있었다. 중국 공안은 2016년부터 5년간 안면 인식 시스템과 유전자 검사를 통해 미아 8,000여 명의 가족을 찾아 줬다고 주장한다.

"사생활 침해·인권 탄압 도구"...중국 안팎서 비판론

'얼굴이 신분증'인 사회 시스템을 가능케 한 건 중국 정부가 수집한 방대한 양의 생체 정보 덕분이었다. 2019년 '신규 휴대폰 등록자의 얼굴 스캔 의무화 규정' 시행 이후 중국은 사실상 휴대전화를 가진 모든 국민의 얼굴 생체 정보를 축적할 수 있었다. 이는 전국 곳곳에 촘촘하게 설치된 감시 카메라들이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정보와 결합해 거대한 감시 국가를 만들었다.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중국에 설치된 안면 인식 카메라는 2017년 1억7,600만 대에서 2020년 6억2,600만 대로 단기간에 급증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IHS는 2021년 기준 중국에 설치된 일반 감시 카메라가 5억6,700만 대 이상이었다고 집계했다. 인구 약 14억 명 모두에게 감시 카메라 1대가 배치된 셈이다.

감시 카메라가 급증하면서 과용과 악용에 따른 부정적 여론이 커졌다. 2017년 산둥성, 장쑤성, 광둥성 당국은 주요 도시 교차로에 무단횡단하는 주민을 적발할 목적으로 안면 인식 시스템을 설치했다. 보행자가 신호를 위반하면 안면 인식기와 연동된 스크린에 보행자 얼굴과 집 주소, 연락처 같은 개인 정보가 전시됐다. "너무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관광지와 공원의 화장실에서도 안면 인식을 해야 비치된 휴지를 쓸 수 있었다. '휴지 도둑'을 잡겠다는 취지였지만, 가장 사적인 공간에서까지 내 얼굴이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에 중국인들도 기겁했다.


안면 인식 시스템의 위험성은 중국이 탄압하는 소수 민족 인권 문제에서 극적으로 드러났다. 2019년 신장위구르 자치구 주민 100만 명이 수용소에서 갖은 인권 탄압을 받고 있다는 중국 공안 자료가 서방 언론에 유출됐는데, 당국이 안면 인식 시스템을 통해 주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국은 부인했지만, 소수 민족과 반(反)정부 인사 감시 도구로 안면 인식 기술을 악용하고 있다는 휴먼라이츠워치 등 국제 인권단체들의 의심은 해소되지 않았다.

홍콩 당국은 홍콩 민주화 시위가 대대적으로 열린 2019년 '복면금지법'을 시행했다. 모든 집회·시위 현장에서 마스크나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는 행위를 금지했는데, 안면 인식 기술이 반국가 세력 통제 도구로 사용되고 있음을 당국이 인정한 셈이었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지난해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 참가자들의 체포에도 안면 인식 기술이 동원된 것으로 본다. 영국 BBC방송은 올해 2월 "시위 참가자 중 약 100여 명이 실종됐는데, 안면 인식 시스템을 사용한 중국 경찰의 추적을 피하지 못해 체포된 사람들"이라고 보도했다.

'특별한 경우'는 허용...'안보' 내세운 감시는 계속

2018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개발자 대회에서 안면 인식 프로그램이 시연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8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개발자 대회에서 안면 인식 프로그램이 시연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안면 인식 기술의 선두주자였던 중국이 새삼 상용화 통제에 나선 것은 누적된 비판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제스처로 풀이된다. 샘 색스 미국 예일대 폴차이중국센터 선임연구원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중국이 보유한 안면 인식 기술 자체에 대한 관심을 낮추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한 반국가 세력 감시·통제가 이번 구제 조치로 제한될지는 불분명하다. 국가인터넷판공실이 내놓은 규제 초안에는 민간 영역에 대한 규제는 대거 포함됐지만, 안보 영역에서의 안면 인식 기술 사용에 대한 지침은 빠져 있다. "특정 목적이 있고 충분한 필요성과 엄격한 보호조치를 한 경우에만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며 '특별한 경우'라는 모호한 예외 규정도 마련해 뒀다.

이탈리아 인권운동 단체 비터윈터는 "중국은 중국인들의 사생활이 안면 인식 기술로부터 보호된다고 홍보하겠지만, 안보상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소수 민족 감시 등에 기술을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한 학자는 "중국은 반정부 시위자나 소수 민족 식별에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며 "이번 규제는 당연히 민간 영역에만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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