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기 일병, 복무 중 제때 치료 못해
'이중배상 금지' 조항 탓 손배소 패소
법무부, 이달 중 개정안 국회 내기로
군 복무 중 급성 백혈병에 걸렸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고(故) 홍정기 일병 유족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국가배상법 개정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유족은 이중배상 금지 조항 탓에 국가에 청구한 손해배상 1심 판결에서 패소했다.
홍 일병의 어머니 박미숙 씨는 19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한동훈 장관은 직접 말씀하셨던 그 약속을 빨리 지켜달라"며 "국민 앞에서 이중배상금지 조항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정기 이야기에 목메어 하던 모습이 꾸며진 것이 아니라 진심임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올해 5월 전사·순직한 군경의 유족이 재해보상금 등 보상과 별개로 국가에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한 장관은 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며 홍 일병 사례를 언급했다.
박씨는 "법안을 낸다고 한 것이 5개월, 입법예고 기간이 끝난 지 3개월이 지났는데 뭐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면서 "그 사이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 선고가 잡혔고, 이중배상금지 악법을 적용한 판결을 받아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법과 재판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은 배상금이 아니라 정기의 죽음이 국가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는 분명한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을 통감하라는 것, 다시는 그런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뿐"이라고 강조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도 "한 장관과 법무부는 생색만 내지 말고 조속히 입법 절차를 마무리해 이중배상금지 조항에 묶여 청구조차 하지 못하는 숱한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법무부는 이날 전사·순직한 군인과 경찰 유족이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국가배상법 개정안을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 즉시 시행할 예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개정 법안이 차관회의에서 의결·통과됐다"며 "개정안은 시행 시점에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13일 홍 일병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홍 일병의 순직이 인정되면서 홍 일병의 부친에게 보훈 보상금이 지급돼 위자료까지 받게 되면 이중배상으로 간주된다고 판단했다.
홍 일병은 2016년 3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따른 뇌출혈로 입대 7개월 만에 숨졌다. 유족들은 소속 부대가 상급 병원에 빨리 보내지 않고 며칠 간 부대 안에 환자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렀다며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