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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학생 떠맡고 다른 교사와 차별받고… 정신질환 내몰리는 학교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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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문제 학생 떠맡고 다른 교사와 차별받고… 정신질환 내몰리는 학교 비정규직

입력
2023.10.20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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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교원 정신질환 산재 신청 내역서’ 입수
'상대적 약자' 기간제 교사 등 고통 여실히
정신질환 산재 승인 3년간 고작 12건
"산재 신청하면 학교 그만둬야" 분위기 탓

지난 7월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시교육청-교직3단체가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한 아버지가 "서울 사립초 기간제 교사였던 딸이 6개월 전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리다 사망했다"며 오열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7월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시교육청-교직3단체가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한 아버지가 "서울 사립초 기간제 교사였던 딸이 6개월 전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리다 사망했다"며 오열하고 있다. 뉴시스

학교 기간제 교사 A씨는 지난해 수업 도중 호흡곤란과 어지럼증으로 쓰러져 응급실로 후송됐다. 교권 침해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누적된 탓이다. 특히 한 남학생이 ‘문제적 행동’을 반복했다. 이유 없이 책상을 내리쳐 A씨를 위협했고 성희롱적인 말까지 했다. A씨 눈앞에서 다른 학생을 폭행하기도 했다.

병원은 A씨가 스트레스로 우울, 불안, 불면 등을 겪는 적응장애에 걸렸다고 진단했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정신질환을 업무상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근로복지공단은 “해당 학생이 교내에서 폭력, 위협,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이 확인된다”며 “(교권)침해 학생에 학교가 조치를 취한 사실도 확인돼 질병과 업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전국에서 모인 교대생들이 지난 3월 서울 세종대로에서 교육 전문대학원 도입 철회, 기간제교사 확대 정책 중단 등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에서 모인 교대생들이 지난 3월 서울 세종대로에서 교육 전문대학원 도입 철회, 기간제교사 확대 정책 중단 등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일보가 19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정신질환 산재 신청 내역서’를 보면 기간제 교사, 교육공무직 등 학내 비정규직의 고통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정규직 교사는 공무원연금공단에 산재를 신청하지만, 이들과 같은 비정규직 교직원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청구한다. 서울 서이초 사건으로 교권 확보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학교 현장에서 '상대적 약자'의 처우 개선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간제 교사는 정규직 교사가 꺼리는 담임, 학생 생활지도, 학부모 상담 등의 업무를 떠맡는 경우가 많다. 2022년 교육통계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기간제 교사는 7만57명으로 전체 교사 50만7,793명의 13.8%였다. 특히 학생 지도가 까다로운 중고교 담임(11만295명) 중 기간제 비율은 27.4%에 달했다. 기간제 교사가 학생 반항, 학부모 민원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중학교 기간제 교사 B씨도 담임을 맡던 중 학생 다수로부터 언어폭력을 당했다.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는 교권 침해를 인정했지만, 이 과정에서 상급자인 교감ㆍ교장과 마찰이 생겨 정신질환을 겪었다. 허익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기간제교사특별위원장은 “학교마다 교사들이 벌벌 떠는 문제적 학생들이 있는데, 정규직 교사라면 휴가나 병가로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결국 그 학급에는 기간제 교사가 투입돼 수모를 당하며 버텨야 한다”고 했다. 주로 나이가 어리고 사회 경험이 적은 기간제 교사에게 고강도 업무가 몰리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교직원 내 차별도 있었다. 특수교사를 지원하는 특수교육실무사인 C씨는 휴가나 병가를 사용할 때 일반 교사와 차별을 받는 등 스트레스를 겪으며 적응장애에 걸렸다. 기간제 보건교사 D씨는 코로나19 기간 교실 입실 전 발열체크, 건강 진단 시간 조정 업무 등을 하면서 교사들과 마찰이 생겼고, 결국 정신질환으로 산재인정을 받았다.

교직원 정신질환 산업재해 인정 사례 그래픽=강준구 기자

교직원 정신질환 산업재해 인정 사례 그래픽=강준구 기자

학교도 이들을 적극 보호하지 않았다. 기간제 교사 E씨는 학교의 지시로 학생 지도와 학부모 상담 조율 업무를 처리하던 중 한 학부모와 갈등이 생겼다. 이 학부모는 학교에 E씨의 징계, 사과, 보복 금지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근로복지공단은 “갑작스러운 내용증명 전달, 사과 등에 이르는 과정에서 학교가 교사를 적절히 보호해 주지 못했다”며 “사건 이후 불안, 불면, 무력감 등을 호소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업재해를 인정한다”고 판단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면서도 학교 비정규직의 산재 신청은 극소수에 그쳤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3년간 13건의 산재 청구를 심사해 12건을 승인했다. 허 위원장은 “보통 1년씩 학교와 계약하는 입장에서 산재를 신청하는 건 꿈도 꿀 수 없다”며 “산재를 신청하면 재계약이 어려워 아파도 참고 견딜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신질환에 냉담한 분위기도 산재 신청을 어렵게 한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정신질환 산재도 노동자 건강을 위해 필요성이 인정된 제도인데 아직 문제를 드러내기 어려워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 위원인 권동희 노무사는 “정신질환은 정부가 지정한 의료기관에서 진단을 받아야 하는데 지정 의료기관 자체가 많지 않다”고 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기간제 교사, 특수교육실무사와 같은 교육공무직들이 교육 현장에서 상당한 수준의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정부가 교권 확립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면서 학내 상대적 약자인 이들을 보호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지용 기자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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