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경북 포항시 미래세라텍
일본 주도 세라믹 시장서 국산화 시도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어 이차전지까지
세계 최초 양극재 소성용기 공장 설립
편집자주
지역경제 활성화는 뿌리기업의 도약에서 시작됩니다. 수도권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고군분투하는 전국의 뿌리기업 얘기들을 전합니다.
사업 초기 분양률이 저조해 임대방식까지 검토됐던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ㆍ동해면과 구룡포읍 국가산업단지 ‘블루밸리’에 기업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4년 연속 배터리(이차전지) 규제 자유특구로 선정되고, 지난 7월에는 인허가 신속 처리와 각종 세제혜택이 주어지는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되면서 면적 608만㎡의 산단 부지는 사실상 ‘완판’됐다. 일순간 분위기가 바뀐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단에 일찍이 면적 40,812㎡의 부지를 확보해 1만5,867㎡ 규모의 공장을 지은 회사가 있다. 흔히 도자기라 불리는 세라믹 제조업체 ‘미래세라텍’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세라믹 부품만 만들었던 이 회사는 이차전지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예상하고 일찌감치 이차전지 소성에 필요한 ‘세라믹 용기(Box Sagger)’ 제조에도 나섰다.
미래세라텍 전략기획팀 지목현 상무는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단에 지은 공장은 이차전지 소성용기 전용 작업장이고, 세라믹 공장으로는 세계 최초로 전 공정 자동화라인을 구축했다”며 “품질안정성과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이차전지 기업들이 몰려드는 블루밸리 국가산단 중심에 위치해 운송비와 시간 단축이라는 경쟁력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에서 이차전지로 영역 확장
미래세라텍은 2001년 포스코퓨처엠의 전신인 포스코케미칼의 신소재사업팀 연구원이 퇴사 후 창업한 회사다. 설립 당시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 내 세라믹 부품 제조와 전자기기의 핵심부품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공정에 필요한 세라믹 용기 '세터(Setter)'를 만들었다.
MLCC는 스마트폰이나 냉장고 등 모든 전자제품의 메인 기판 위에 좁쌀처럼 박혀 있는 부품이다. 전자제품에 탑재돼 전기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조절하고, 부품 간 전자파 간섭현상을 막아준다. 고성능 반도체에 들어오는 노이즈를 줄여 반도체가 안정적으로 동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MLCC는 공정상 열처리 때 쟁반처럼 생긴 세라믹 세터가 필요하다. 미래세라텍은 사업 초기 MLCC 소성용 세라믹 세터 개발에 성공해 삼성전기에 판매했다. 삼성전기는 MLCC 국내 1위 기업으로, 미래세라텍 제품을 공급받기 전에는 일본산 세터를 수입해 썼다.
미래세라텍은 세계 세라믹 시장을 주도하는 일본 업체를 뛰어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결과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며 해외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2006년에는 국제표준화기구(ISO)의 품질경영시스템 세계 표준인 ‘ISO 9001’과 환경경영시스템 세계 표준인 ‘ISO 14001’ 인증을 받았다. 2014년에는 경영혁신형 중소기업, 2017년에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확인, 포항시 유망강소기업에 선정됐다. 이러한 성과는 매출로 이어졌다. 2016년부터 해마다 100% 이상 매출이 상승했고, 안정적인 공급망과 고부가가치 세라믹 제품 생산으로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미래세라텍은 그러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안주하지 않고, 이차전지 분야로 눈을 돌렸다. 이차전지의 핵심소재인 양극재도 공정상 열처리 때 상자 형태의 세라믹 용기가 필요하다. 미래세라텍은 급성장하는 이차전지 시장에 뛰어들었고,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단에 전용공장을 짓기 위해 펀딩으로 320억 원을 확보했다.
끊임없는 기술혁신… 세계 1위 넘본다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단에 있는 미래세라텍 동해1공장은 연내 양산을 앞둔 양극재 소성용기 시험에 분주하다. 지난해 12월 20일 준공한 동해공장은 양극재 소성용기 전용 공장이면서 모든 공정에 자동화라인이 구축된 공장이다. 늦어도 올 연말에는 국내 양극재 생산 1위 기업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EM에 제품을 공급할 예정으로, 두 회사와 막바지 샘플테스트에 한창이다.
포항지역은 이차전지 기업 중에서도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퓨처엠 등 양극재 기업이 몰려 있는 데다 이차전지 시장 급성장으로 2030년에는 100만 톤(t) 이상의 양극재가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세라텍은 양극재 기업에 매달 130만 개 이상의 세라믹 소성용기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동해1공장에 이어 2025년까지 2공장을 준공해 매달 30만 개의 양극재 전용 소성용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미래세라텍은 기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세라믹 부품과 MLCC 소성용 세라믹 플레이트 제품의 경쟁력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6월, 세라믹 가공업체인 씨이케이(CEK)를 인수해 세라믹 소재 생산과 가공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또 길이 4,100㎜의 초대형 디스플레이 제조 장비용 판재 제작에 성공했고, 이보다 더 길고 강한 판재를 제조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김범주 미래세라텍 대표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이차전지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1공장에 이어 2공장 신설을 추진 중에 있고, 유럽과 북미 등 해외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며 “급변하는 시장에 맞춰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고,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세계 세라믹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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