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러움, 고열로 병원" 학생 고통 호소
"학교 측 '제 담당 아니다'라고 답변" 파장
앞서 영국 학생 묵던 방... 19일 전체 방역
인천 사우나에 이어 대구의 한 사립대 기숙사에서도 빈대가 발견됐다. 최근 프랑스 파리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기승을 부리던 빈대가 국내에서도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19일 대구 계명대학교 익명 게시판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쯤 신축 기숙사인 명교생활관에서 생활하던 한 대학생 A씨가 빈대에 물렸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A씨는 "간지러움, 두드러기, 고열로 대학병원을 찾았고 염증 수치가 400 이상으로 올라갔다"며 "매트리스 아래에서 큰 벌레를 찾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어 "내가 음료수를 흘려서 빈대와 곰팡이가 생겼다는 청소 관계자분이 있으셨는데, 음식을 먹고 생길 수 있는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매트리스 커버 위에 있는 벌레 수 마리를 찍은 사진도 첨부했다.
같은 날, 같은 게시판에 또 다른 익명의 학생 B씨는 벌레에 다리가 물린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9월에 모기에 심하게 물린 건 줄 알고 피부과에 갔는데 의사도 뭔지 몰랐다"며 "이거 빈대(에 물린 거)냐?"고 질문했다.
빈대로 추정되는 벌레가 계속 출몰하자 학생들은 대학교 기숙사 행정실에 방역을 요청했다. 하지만 행정실 측이 "제 담당이 아니다"라고 답변할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이 전해지며 파장이 커졌다.
대학 측은 뒤늦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대응에 나섰다. 17일 벌레가 나온 생활관의 침대를 처분했고 피해 학생을 다른 방으로 옮겼다. 18일에는 해당 기숙사동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침대포 전량 교체에 나섰다. 19일 오전엔 방역 업체를 불러 기숙사동을 소독하던 중 긴급 간부 대책회의를 열고 강의실까지 포함해 대학 전체를 소독하기로 지침을 내렸다.
계명대 관계자는 "전문가 확인 결과, 빈대가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기숙사뿐만 아니라 강의실을 포함해 대학 전체를 소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빈대가 발견된 방은 피해 학생이 쓰기 직전 영국 국적의 학생이 사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인천의 한 사우나에서도 한 유튜버의 제보로 빈대가 출몰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인천 서구는 13일 해당 사우나 업체를 방문 조사해, 살아있는 빈대 성충과 유충을 1마리씩 발견하고 업체에 경고 처분을 내렸다. 추후 점검에서도 청결 유지에 문제가 발생하면 영업 정지 등으로 처분을 강화할 방침이다. 다만 서구는 "이 업체가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른 목욕시설 소독과 부대시설 청소 주기는 준수했다"고 설명했다.
사람과 동물의 피를 빨아먹는 빈대는 주로 침대, 벽 틈에 서식한다. 빈대에 물린 직후에는 통증이나 가려움을 느끼지 못하지만 이후에 피부발진, 가려움 등이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는 1950~1970년대에 대부분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