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무방비, 9ㆍ19 군사분야 남북합의서
해안포 개방 등 계속되는 북한의 군사 도발
무사안일 분위기, 대북 대비태세 강화해야
6·25 전쟁 발발 직전 3개월 국군 수뇌부 대응은 미스터리의 연속이었다. 1년 이상 38도선 주변에서 빈발한 국지적 도발과 계속되는 비상경계령에 따른 피로감 때문일까. 북한군의 전면 남침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
북한군은 250대의 소련제 탱크와 18개 사단 18만 명의 대군을 동원해 전면 남침을 준비했는데도 전날인 6월 24일 용산 육군본부 장교구락부 준공식에 참석한 군 지휘부는 주말 행사 후 대취(大醉)했다. 인민군은 동이 트기만을 기다렸고, 진격 명령은 새벽 4시에 하달되었다. 유일하게 동부전선 화천 양구의 6사단장 김종오 대령만이 남침 정보를 간과하지 않고 대비해 북한군의 진격을 3일이나 저지했다.
하루 후에 일어날 전면전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원인은 다양하다. 장기간에 걸친 양치기 소년 스타일의 지엽적인 북한군 공격에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다. 결정적 이유는 군 수뇌부는 물론 국민 대다수가 ‘과연 북한군이 무차별 남침 공격을 감행하겠는가’라는 무사안일함이었다. 그 때문에 전선에서 올라오는 각종 위험 신호는 무시됐다. 전쟁은 일본과 미국 등 강대국들이 하는 것이고 남북한은 동족인데 전쟁을 하겠는가라는 집단사고가 만연해 있었다.
70년 전의 전쟁 비하인드 스토리를 끄집어내는 이유는 9·19 군사합의의 준수 여부 때문이다. 야당 의원들은 국방부 국감에서 군사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북한이 도발할 빌미를 제공하며 남북한 우발적 충돌을 막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할 최소한의 안전판이 사라진다고 극렬 반대한다. 하지만 현실은 합의에 상관없이 도발이 횡행한다. 9·19 군사합의 조항 중 우리가 고의로 위반한 사례는 한 건도 없는 반면, 북한은 17차례의 군사합의 위반뿐만 아니라 해안포 포문 개방 등 위반 사례가 부지기수다. 지난해에는 무인기로 수도권까지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켰다.
군사합의는 출발부터 우리에게 불리했다. 북한이 적이 아니라는 오판에 근거, 군사분계선 기준 남북 수도까지의 거리 차이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평양 140㎞, 서울 40㎞임을 고려할 때 전방 부대는 물론 서울 방어 준비태세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휴전선에 배치된 1,000문의 북한 장사정포는 시간당 1만6,000여 발의 공격이 가능한 만큼 최근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쏟아부은 로켓 공격과는 비교 불가다. 아이언돔이 작동하기에는 중과부적(衆寡不敵)이다. 군사합의에 막혀 정찰기 하나 제대로 띄우지 못한다. 전방에 배치된 야전 사단의 연대급 이상 야외 기동 및 포병 사격훈련은 중단됐다. 훈련하지 않는 군대로 만들어 버렸다. 하마스 땅굴이 평양에서 전수된 것이라는 소식은 휴전선 남측에서 우리의 손발을 묶어 놓으려는 북한의 의도를 짐작하게 한다.
2018년 국회 질의서에 국방부가 답변한 자료는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경우 남북 군사합의는 무효화될 것이라고 하였지만, 북한이 수십 차례의 군사적 도발을 했음에도 아직까지 무효화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점은 50만 우리 군 장병들의 정신적 대비태세 이완이다. 6·25 직전의 무사안일 분위기로 회귀하는 행태다. 장병 정신교육 내용에 대적관, 안보관 분야마저 축소됐다. 군부대 지휘관들은 대북 대비태세 유지에 상당한 애로사항을 겪었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발표 이래 남북 간에 다양한 합의가 있었지만, 현재는 모두 사문화되어 역사적 기록만이 있을 뿐이다. 이제 군사합의는 중환자실에서 영안실로 옮길 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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