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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석방·구호품 전달에도 '일촉즉발'... 이스라엘 "전쟁 다음 단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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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석방·구호품 전달에도 '일촉즉발'... 이스라엘 "전쟁 다음 단계 온다"

입력
2023.10.22 20:30
수정
2023.10.22 23:3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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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미국인 인질 2명 석방·구호 물품 첫 전달
군사적 긴장 최고조… 이, 지상군 투입 또 시사
"가자 남부로 이동 않는 주민은 테러범 간주"
헤즈볼라 "우리는 이미 전쟁의 중심" 도발까지
미국, 중동에 사드·패트리엇 대대 추가 배치

20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집을 잃은 여성과 아이들이 유엔이 운영하는 대피소에 머무르고 있다. 가자=로이터 연합뉴스

20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집을 잃은 여성과 아이들이 유엔이 운영하는 대피소에 머무르고 있다. 가자=로이터 연합뉴스

전쟁 발발 16일째인 22일(현지시간), 확전을 우려한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이스라엘은 '전쟁의 다음 단계' 채비에 나섰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 강화를 공언했고, 서안지구의 이슬람 사원까지 전투기로 폭격했다. 지상군 투입도 재차 예고했다.

가자지구의 애꿎은 민간인 희생을 막기 위한 인도적 지원이나 휴전 논의에는 전혀 진전이 없다. 주말 사이 미국인 인질 2명 석방, 첫 구호품 전달 등 '작은 희소식'이 전해졌지만, 그것뿐이다. 오히려 군사적 긴장은 전방위로 고조되고 있다.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는 "우리는 이미 전쟁의 중심에 있다"며 대(對)이스라엘 도발 수위를 한껏 높였다. 이스라엘의 맹방인 미국은 중동 지역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패트리엇 대대를 추가 배치하며 확전 대비에 나섰다.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재차 시사… "남부로 대피하라"

A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의 다니엘 하가리 대변인은 21일 언론 브리핑에서 "전쟁의 다음 단계에서 우리 군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늘부터 가자지구 공습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지상군의 가자지구 투입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하가리 대변인은 그러면서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안전을 위해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스라엘군이 공습을 강화하거나, 지상군을 투입하면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 확산은 불가피하다. 실제로 이날 밤새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최소 55명이 사망했다고 하마스는 밝혔다.

심지어 이스라엘은 '극단적 경고'까지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가자지구 북부에서 와디 가자 이남으로 떠나지 않기로 한 사람은 누구든 테러리스트 조직의 공범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내용과 IDF 명칭·로고가 표시된 전단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22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제닌의 한 주민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내부를 바라보고 있다. 제닌=AFP 연합뉴스

22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제닌의 한 주민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내부를 바라보고 있다. 제닌=AFP 연합뉴스

이, 서안지구 모스크·시리아 공항에도 공습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넘어, 서안지구 종교시설 공습에도 나섰다. 아랍권 언론 알자지라는 이스라엘군이 22일 오전 서안지구 제닌 난민촌에 있는 알안사르 모스크에 전투기를 동원, 폭격을 퍼부어 최소 1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IDF는 해당 모스크에 대해 "최근 이스라엘 공격에 연루된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 요원들이 포함된 서안지구 무장 단체 '제닌 여단'의 지휘 본부인 탓에 공격 목표물이 됐다"고 주장했다. 적신월사는 "팔레스타인인 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은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서안지구는 하마스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온건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알자지라는 "이스라엘군의 서안지구 공습은 2006년 이후 두 번째로, 주민들도 크게 놀랐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 하레츠는 "이스라엘군이 전투기를 동원해 서안을 공습한 건 2000년 시작된 제2차 인티파다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또,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과 '시아파 벨트'로 묶인 시리아의 공항 2곳에도 폭격을 가했다.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은 "이스라엘군이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와 알레포의 국제공항을 공습해 민간인 근로자 1명이 사망했다"고 군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12일과 14일에 이어 세 번째 공습으로, 이란 개입 견제를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자국과 인접한 시리아 국경 인근에 이란 혁명수비대의 주둔을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 왔다.


헤즈볼라가 아랍·이슬람권의 '분노의 날'로 선포한 지난 18일 레바논 베이루트 외곽의 미국대사관 앞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진압에 나선 군인들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 베이루트=AP 뉴시스

헤즈볼라가 아랍·이슬람권의 '분노의 날'로 선포한 지난 18일 레바논 베이루트 외곽의 미국대사관 앞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진압에 나선 군인들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 베이루트=AP 뉴시스


헤즈볼라 직접 개입하나... 곳곳서 '빨간불'

이스라엘 북부 국경도 초긴장 상태다. 이스라엘군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 산발적 교전이 계속되고 있는 탓이다. 헤즈볼라 2인자인 셰이크 나임 카셈은 21일 한 대원의 장례식에 참석해 "헤즈볼라는 이미 전쟁의 중심에 있다"며 "이스라엘이 지상 공격을 시작하면 그들의 무덤으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2일 "헤즈볼라가 참전을 결정한다면 제2 레바논 전쟁을 맞게될 것"이라며 "상상할 수 없는 파괴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맞대응했다. 헤즈볼라의 직접 개입은 확전의 방아쇠 역할을 할 게 뻔하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도 극도의 경계심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확전 경보'는 곳곳에서 울린다. 레바논 국영항공사인 중동항공(MEA)은 내주 항공편 절반 이상의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주 레바논과의 북부 국경에서 2㎞ 이내 28개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던 이스라엘은 14개 지역에 추가 대피를 명령했다.

특히 미국 국방부가 21일 중동 지역에 사드 포대 1개를 배치하고, 패트리엇 대대도 추가 배치를 시작한 건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이란과 헤즈볼라의 전쟁 개입에 대비한 조치다. '배치 명령 대기' 상태의 미군 병력도 늘렸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역의 전쟁 억제 노력을 강화하고, 역내 미군 보호와 이스라엘 방어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인 이집트 라파 국경 검문소를 통과한 구호물자 수송 트럭들이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 도착하고 있다. 칸유니스=AFP 연합뉴스

21일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인 이집트 라파 국경 검문소를 통과한 구호물자 수송 트럭들이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 도착하고 있다. 칸유니스=AFP 연합뉴스


기약 없는 휴전… '카이로 평화회의' 빈손 종료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 200여 명 중 미국인 인질 2명은 지난 20일 석방됐다. 이집트 쪽 라파 통로가 21, 22일 일시 개방되면서 의약품·식량을 실은 구호 트럭 20대와 17대가 각각 가자지구에 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를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분량이라는 지적이 많다.

평화나 휴전 논의는 첫발도 제대로 못 떼고 있다. 중동과 유럽 주요 국가 정상들이 21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머리를 맞댔지만 공동선언조차 채택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막을 내렸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미국이 불참한 가운데, 이스라엘 자위권을 언급하지 않은 이집트의 공동선언문 초안에 서방 정상들이 서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양측 희생자는 22일 기준 6,000명을 넘어섰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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