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0조에 '중동 첫 전기차 공장' 등 21조 규모 추가
尹, 무함마드와 회담서 "원유 시장 안정에 역할 해 달라"
석유공사·아람코 530만 배럴 원유 5년 비축 계약 체결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을 계기로 156억 달러(약 21조 원) 규모의 계약과 양해각서(MOU)가 체결된다. 이로써 지난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 방한 당시 사우디가 약속한 290억 달러(약 40조 원)에 더해 투자액이 60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제 유가 불안정성이 커지는 가운데 530만 배럴 원유 비축 계약도 성사됐다. 대외 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제2 중동붐'으로 돌파구를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0억 달러 투자 60% 가시화… 신산업 등 156억 달러 추가"
윤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무함마드 왕세자와 회담을 갖고, 양국 경제·인프라와 에너지 안보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 정상의 회담은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왕세자 방한 이후 두 번째다.
양 정상은 S-OIL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 개최, 벤처 투자를 위한 1억6,000만 달러 규모 공동펀드 조성 등 한·사우디 경제협력의 후속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올 6월 현대건설이 석유화학 플랜트를 건설하는 '아미랄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은 사우디 건설 진출 50주년을 기념하는 큰 성과"라며 네옴, 키디야, 홍해 등 사우디의 대형 프로젝트에도 한국 기업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사우디 정부의 관심을 요청했다.
경제 협력 확대는 구체적 수치로도 확인된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지난해 이뤄진 290억 달러 투자 약속과 관련 "불과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60% 이상이 구체적 사업으로 가시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순방에서도 삼성물산과 사우디 국부펀드(PIF) 간 '네옴시티' 관련 공동사업 협약서 등이 체결될 예정이다.
순방을 계기로 156억 달러 규모의 민간 투자계약 및 MOU 51건이 추가된다. 정상회담 이후 열린 한·사우디 투자포럼에서 자동차와 첨단 제조업, 디지털, 스마트팜, 관광 등 분야에서 46건가량의 투자계약·MOU가 체결됐다. 현대차와 PIF 간 현대차 자동차 공장 설립 계약이 대표적이다. 이 공장은 2026년부터 연간 5만 대의 전기차와 내연차를 양산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최 수석은 "우리의 중동 내 첫 전기차 생산 기지라는 의미가 있다"며 "중동, 북아프리카 시장으로 진출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 활약이 두드러진다"면서 주방 자동화 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과 사우디 식음료 업체 간 MOU, 스마트팜 스타트업과 사우디 농산물 재배·유통 업체 간 MOU를 소개했다. 23일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 등 일정에서도 인프라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 약속이 이뤄질 예정이다.
에너지 불안정 속 530만 배럴 원유 비축 계약… 수소산업 MOU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불안정한 가운데, 에너지 공급망 논의 역시 중요한 의제였다. 윤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자와 회담에서 "국제 원유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한 상황에서 에너지 시장의 핵심 국가이자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가 시장 안정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투자포럼에서는 한국석유공사와 사우디 아람코 간 530만 배럴 규모의 원유 공동 비축 계약이 체결됐다. 최 수석은 "아람코는 2028년까지 53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울산 비축 기지에 저장하고 판매하게 된다"고 전했다. 국내 석유 수급 비상시 비축된 아람코 원유를 우선 구매할 권리와 함께 5년 임대 기간 동안 대여 수익도 보장받게 된다.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왕세자는 수소산업 등과 관련한 협력 문건에 서명했다. 양국은 산업부와 사우디 에너지부 간 맺어진 '수소 오아시스 협력 이니셔티브'를 토대로 청정수소 생산, 유통, 활용 등 밸류체인별 워킹그룹을 운영하는 등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양 정상은 이 밖에 외교관·관용 여권 소지자에 대한 사증 면제 협정, 지난해 왕세자 방한 당시 합의된 한·사우디 전략파트너십 위원회 관련 세부사항을 정하는 MOU에도 서명했다. '통계 분야 협력에 관한 이행 프로그램 약정'과 '식품 및 의료제품 분야 협력에 관한 MOU'도 체결했다.
"복합위기, 새 중동 붐으로 해결책 찾을 수 있을 것"
이번 순방은 사우디가 공업, 관광, 광업, 신재생에너지, 방산 등 비석유 분야 육성을 위해 2016년부터 추진 중인 '비전 2030' 관련 협력의 연장선에 있다. 윤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공개된 사우디 일간지 '알리야드'와 인터뷰에서 "건설·인프라 분야뿐만 아니라 에너지, 투자,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확대되어 나갈 것"이라며 네옴시티 등 인프라 분야는 물론 수소 공급망, 방산 협력, 문화 콘텐츠, 인적 교류 등에서 관계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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