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논쟁의 전장이 된 육군사관학교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이어 ‘독립전쟁 영웅실’까지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때 추진된 일들을 이념 문제와 결부해 모두 갈아엎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독립운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념 문제의 불씨를 계속 안고 가는 윤석열 정부가 민생에 얼마나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다가설지 의구심이 앞선다.
국방부와 육군 등에 따르면 육사는 지난 16일부터 충무관 내 ‘독립전쟁 영웅실’ 개편 작업을 시작해 다음 달 2일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당초 충무관에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홍범도 김좌진 안중근 이회영 등 7명의 독립운동가 이름을 딴 공간이 조성됐다. 하지만 육사는 얼마 전 “특정 시기 및 단체 관련 중복 및 편향성에 대한 우려”를 명분으로 해당 공간을 철거하고 ‘국난극복 역사학습 공간’을 조성 중이다. 논란이 될 거라면 5년 전에 제기했어야 할 문제지만, 정권에 따라 영혼 없이 휘둘리는 군 당국이 또다시 코드를 맞춘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윤석열 대통령을 중심으로 민생을 강조하고 있는 여권이 이념 문제를 쉽게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 정확하게 들여다보면 지금 육사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소위 'ABM(Anything But Moonㆍ문재인 빼고 다)' 차원의 성격이 더 짙다. 문 정부 때 추진된 역사 평가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이에 대한 정확한 재평가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먼저였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를 생략한 채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부터 일방적으로 추진했다.
소모적 논쟁으로 번진 이념 문제는 민심 이반의 한 원인이 됐고, 여권은 보선을 통해서 이를 확인했다. 윤 대통령부터 이념보다 민생을 외치기 시작한 이유다. 이에 대한 진정성을 국민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면, 지금까지 추진해 왔던 정책들을 돌아보고 문제가 된 부분들을 재조정하는 일부터 시작하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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