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당 쇄신작업을 이끌 혁신위원장에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발탁했다. 김기현 대표가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튿날 쇄신기구 출범을 예고한 지 11일 만에 드러난 ‘반전 카드’다. 김 대표는 “신뢰받는 정당으로 재탄생시키는 최적 처방을 내려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혁신위 구성과 활동범위, 안건과 활동기한 등에 전권을 부여해 독립적 판단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인 위원장은 첫 일성으로 ‘와이프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어록을 거론하며 “국민의힘 많은 사람이 내려와서 듣고 변하고 희생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푸른 눈의 귀화인’이 정당 혁신기구 수장을 맡은 것부터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1959년 전남 순천 태생인 그는 4대째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교육·의료활동을 펼친 ‘1호 특별귀화자’다. 구한말 미국에서 건너온 유진 벨 선교사가 외증조부다. 그의 한국에 대한 애정과 진의는 이번 인선이 기대감을 키우는 배경이다. 무엇보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통역을 하며 외신에 광주의 참상을 알린 인물이란 점에서 국민통합 효과가 크다. 지난 3월 김기현 지도부가 최고위원들의 ‘5·18 망언’, ‘4·3 망언’ 등으로 홍역을 치른 마당에 전향적 변화를 실천한 것이다.
관건은 혁신의 내용이다. 혁신위 자체가 선거 패배 책임론에 대해 당 지도부가 제시한 ‘미봉책’이란 점에서 한계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있다. 그럼에도 여당이 대국민 쇄신 약속을 지키려면 반(反)기득권적 정책이슈부터 발굴해야 할 것이다. 선거에서 드러난 중도 민심을 되돌리는 데 필수적이다. 당과 대통령실 관계를 건강하게 재편하고, 어려운 민생을 가감 없이 전달할 시스템을 확보하는 일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파격적 활동에 나선다면 여론도 호응할 것이다. 혁신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도 안 된다. ‘차분한 변화’에 한계를 정해놓은 ‘면피성 혁신위’로는 국민이 눈길을 줄 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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