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국회에 없던 '의대설치 특별법' 다수 발의
21대 국회에서는 지방 의대 설치를 위한 특별법이 남발되고 있었다. 대부분 여야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 의대를 신설하겠다는 목적의 특별법을 발의한 것으로, 최근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을 밝힌 가운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과열 입법 경쟁이 우려된다.
2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창원대(강기윤 국민의힘 의원) △목포대(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주대(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순천대(김회재 민주당 의원) △경기북부(최영희 국민의힘 의원) △경남(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등 국립대에 의대를 설치하는 내용의 특별법이 다수 발의돼 있다. 사립대인 대진대에 의대 정원을 배정하라는 내용의 결의안(최춘식 국민의힘 의원)도 있다. 구체적으로 △100~200명 규모의 의대를 국립대에 설치하고 △해당 의대를 국가가 지원하며 △입학생에게 학비 등을 지원해 주는 대신 △졸업 이후 10년간 의무복무를 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의대를 설치할 지역이나 구체적인 국립대 이름을 제외하면 내용은 대동소이한 셈이다.
20대 국회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20대 국회에선 당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 등이 국립보건의료대학 설치법 등을 발의한 적은 있다. 그러나 특정 대학을 지목해 의대를 설치하라는 내용의 특별법이 발의된 것은 이전 국회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일이다. 법률로 특정 대학의 설립 근거를 명시하는 건 법인화된 서울대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울산과학기술원법(UNIST) 정도다. 의대의 경우 의료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한 수준으로 정원 제한을 받고 있는 만큼 정부 정책의 영역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카이스트처럼 대학 자체로 특정한 목적을 갖는 게 아니라, 한 국립대에 속한 의대의 설치 근거를 특별법으로 규정하는 건 형평에 맞지 않는다"며 "특별법을 만들어 별도의 사항을 규정해 버리면 기존 고등교육법을 형해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일반법인 고등교육법 적용을 받는 국립대 산하에 특별법 적용을 받는 의대가 설치돼 법체계상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국회 관계자는 "지역구에 생색내기용, 보여주기식 법안"이라면서도 "만약 정부의 증원 규모가 확정되면 배분 문제가 떠오를 텐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앞다퉈 법안을 내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만 '특별법'이란 수단을 사용한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18년째 의대 정원이 동결되면서 지역 필수 의료가 붕괴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의대 정원 확대 논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멈춰 선 만큼, 여론을 환기할 특별한 수단이 필요했단 얘기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법에 대한 정합성 문제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오죽하면 특별법을 발의했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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