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왕 추적기: ⑥외국인 피해자엔 무관심]
외국인 피해자는 대출 이용 현실적으로 어려워
긴급주거·복지, 경·공매 지원 등도 실효성 낮아
편집자주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수원에서 또 터졌습니다. 확인된 피해규모만 671세대(세입자)입니다. '정씨'라는 임대인이 수십 채 건물을 보유하며, 수백 건 임대차 계약을 맺으며 수백억 대 전세보증금을 긁어모았습니다. 정씨는 어떻게 이런 '부동산 제국'을 구축할 수 있었을까요? 정씨의 정체를 추적하고, 사기가 근절되지 않는 전세제도의 맹점을 짚어봤습니다.
"아이가 아니면 저도 나쁜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수원 전세사기' 사태 피해자인 30대 A씨는 하루하루가 막막하다. 그는 한국에서 11년을 거주한 외국 국적 영주권자다. 내년 1월에 임차 기간이 만료되는데,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기도 어렵고, 인정이 되어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지원의 일부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한국인과 똑같이 세금을 내왔는데, 저도 똑같은 피해 지원을 받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25일 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에 따르면 20일까지 센터에 접수를 신청한 수원 전세사기 사건의 외국인 피해자는 14명으로 집계됐다. 피해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외국인 등을 고려하면 실제 외국인 피해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들은 저리대출 등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지원되는 금융지원 혜택을 대부분 제공받을 수 없다. 전세사기 특별법에서 규정하는 '피해자'와 지원 기관의 '지원대상'이 서로 연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세사기 특별법에 따르면 피해자에게 지원되는 내용은 크게 4가지다. 나열하자면 △금융지원 △긴급주거지원 △경·공매지원 △긴급복지 지원이다. 그러나 금융지원의 경우, 외국인 피해자는 공공기관의 대출상품 이용이 매우 제한돼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저금리 주택 대출지원 상품 중 하나인 디딤돌대출은 원칙적으로 외국인의 신청이 불가능하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전세사기 피해자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원칙적으로 외국인은 신청이 불가하며, 국내거소를 신고한 외국국적 동포에 한해서만 내국인과 비교해 적은 수준의 지원만 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의 저리 대환·전세 대출도 받을 수 없어, 결국 높은 금리의 외국인 전용 일반 전세대출 상품을 이용해야 한다.
금융지원 외 나머지 지원 방안도 사실상 실효성은 떨어진다. HUG 등에 따르면 전세피해지원센터 개소 이후 지난 1년간 긴급주거지원(거처 제공) 이용 건수는 256건으로 전체 이용의 3.2%에 그쳤다. HUG 관계자는 "긴급주거지원은 최대 지원 기간이 2년이어서 피해자분들이 선호하시는 지원 방향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원칙적으로 외국인은 저소득층에 대한 긴급복지 지원도 신청할 수 없다.
정치권도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언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27일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전세사기 특별법은 피해신청 대상을 자연인으로 한정하고 있어 외국인이 포함되는지 여부가 모호하다"며 "외국인도 피해자로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 내·외국인 간 형평성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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