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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숨쉬는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칼럼이다.
소행성 탐사, 학문ㆍ자원 가치 높아
‘아포피스 탐사’ 기회 놓친 한국
다음엔 꼭 기술 도약 계기 마련해야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소행성 프시케를 탐사할 프시케 탐사선을 발사했다. 프시케는 관측할 수 있는 유일한 금속성 소행성이다. 나사는 10월 13일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에 실어 탐사선을 발사했다. 폭이 278㎞나 되는 소행성 프시케를 탐사하기 위한 6년의 긴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탐사선은 26개월 동안 소행성을 탐사할 예정이다.
천문학자들은 프시케의 색깔이 지구에 떨어진 철 운석과 비슷하다는 점을 알아냈다. 그리고 프시케에서 오는 레이더 반사 파동이 다른 소행성에서 오는 것보다 밝다는 점을 토대로, 프시케에는 레이더를 반사하는 금속 파편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프시케가 암석으로 된 소행성보다 훨씬 밀도가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프시케가 거의 순수한 금속에 가깝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프시케는 행성의 내부인 ‘핵’에 해당하는 부분만 남은 천체일 수 있다.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 위치한 이 소행성은 태양계가 형성되는 초기에 큰 충돌로 바깥층은 떨어져 나가고 가운데 핵만 남았을 가능성이 높다. 지구의 핵은 철과 니켈로 구성돼 있는데, 프시케는 이 같은 금속이 풍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의 핵을 직접 탐험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프시케를 통해 지구의 핵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프시케는 그리스 신화에서 사랑의 신 에로스의 아내이자, 마음과 영혼의 여신이다. 그리스어 프시케를 영어로 읽으면 사이키(psyche)로, 'Psych-'가 접두사로 사용되는 정신을 의미하는 단어들의 어원이 된다. 신화 속 프시케는 호기심으로 인해 시련을 당하지만, 결국에는 사랑을 얻는다. 프시케 탐사선의 우주 미션도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되길 기원한다.
나사는 최근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의 탐사 결과를 공개했다. 2016년 9월 발사된 이 탐사선은 소행성 ‘베누’에서 샘플 250g을 채취한 뒤, 지난달 24일 미국 유타 사막에 샘플이 담긴 캡슐을 떨어뜨렸다. 분석 결과 베누에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인 물과 탄소가 풍부하게 포함돼 있었다. 베누가 45억 년 전 태양계 형성 당시 탄생한 소행성으로 추정되는 만큼 태양계 형성 초기에 있던 원시 물질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샘플을 분석하면 지구가 최초에 어떻게 물을 가진 행성이 됐는지, 생명체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등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도 있다. 베누는 지름이 500m 수준인 작은 소행성으로,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정도 크기다.
소행성은 태양계 형성 초기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화석과 같다. 대부분 화성과 목성 사이에 존재하는데, 태양계 형성 초기에 생성되어 행성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 있다가 지구 근처까지 들어온 것이다. 귀금속과 희토류(稀土類)의 보고인 소행성은 학문적인 가치는 물론 미래 자원으로서의 활용 가치 또한 매우 높다. 게다가 소행성 탐사에는 고차원의 우주 과학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소행성과 동행 비행을 하거나 착륙 후 샘플을 채취하는 등의 탐사 기술은 ‘하이엔드급’ 기술이다.
우리나라도 소행성 탐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2029년 4월 정지궤도 안쪽까지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소행성 아포피스가 대상이었다. 아포피스는 지름 약 400미터 크기의 지구 위협 소행성이다. 아포피스 정도 크기의 천체가 이처럼 지구에 가깝게 접근하는 것은 2만 년에 한 번 발생하는 사건이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아포피스 탐사는 예산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소행성을 가까이서 관측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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