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공사비 검증 의뢰 조합 급증
계약해지 뒤 시공사 못 구한 조합도
중재전문가 파견 방침, 업계 '회의적'
최근 3년 새 공사비가 가파르게 뛰자 공사비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현장이 속출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공사비 분쟁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 파견 제도를 선보였지만 업계 반응은 회의적이다.
24일 한국일보가 김병기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조합이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가 적정한지 검증해 달라고 의뢰한 건수는 23건이다. 제도가 도입된 2019년 1, 2건에 불과했지만 2021년(22건), 지난해(32건) 등 급증하는 추세다. 시공사들이 물가 상승, 설계 변경 등을 이유로 공사비를 10% 넘게 높이자 이는 과도하다며 공사비 검증에 나선 조합이 늘고 있는 셈이다.
출구 안 보이는 공사비 갈등
문제는 공사비 검증에 두 달 가까이 걸려도 법적 강제성은 없다 보니 조합과 시공사가 합의에 이를 때까지 갈등이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점이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레온)은 6월 공사비 검증 결과를 받았지만 여전히 시공사업단과 공사비 증액 규모를 두고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그렇다고 조합이 기존 시공사를 내치고 새 시공사를 구해 사업에 속도를 내기도 어렵다. 공사비가 급증하자 시공사도 섣불리 수주전에 나서지 않는다. 부산 재개발 대어로 꼽히는 시민공원 촉진 2-1구역 조합은 6월 공사비 증액을 요구한 GS건설과 계약을 해지한 뒤 곧바로 시공사 재선정에 나섰지만, 응찰에 나선 건설사가 없어 최근 두 번째 입찰에 나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계약을 해지한 건설사와 다시 손잡는 사례도 잇따른다. 경기 남양주시 진주아파트재건축정비조합은 서희건설에 8월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가 한 달 만에 이를 뒤집고 시공사로 재선정했다. 경기 성남시 산성구역 재건축 조합도 GS건설·대우건설 컨소시엄의 공사비 인상 요구가 과도하다며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가 최근 다시 재협상 중이다. 공사 지연에 따른 실이 더 크다는 판단에 한발 물러선 셈이지만 실제 공사비 협의까지 갈 길이 여전히 멀다.
정부가 분쟁 해결해 준다고?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집계하는 공사비지수(기준점 100)는 8월 151로 2020년 8월(118)보다 33% 뛰었다. 최근 유가를 비롯해 물가가 고공 행진 중이라 공사비 갈등은 한동안 신속한 주택 공급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이를 우려해 최근 공사비 분쟁을 완화하기 위한 조정 전문가 파견 제도를 내놨다. 조합이나 시공사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전문가 파견을 신청하면, 검토를 거쳐 전문가를 파견하고 관련 비용은 정부가 전액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서울의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강제성이 없는 조정이라 시간만 허비할 우려도 크다"며 "건설사가 물가 상승에 편승해 최초 계약 때보다 더 높게 공사비를 부풀리지 못하게 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토부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시공사가 조합에 증액을 요구한 공사비 총액은 4조7,000억 원에 이르지만, 한국부동산원의 적정성 검토 결과 합당한 증액분은 1조2,000억 원 낮은 3조5,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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