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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배우’와 마약

입력
2023.10.24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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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이선균은 영화 '기생충'에서 IT사업가 동익을 연기하며 세계에 널리 얼굴을 알렸다. CJ ENM 제공

이선균은 영화 '기생충'에서 IT사업가 동익을 연기하며 세계에 널리 얼굴을 알렸다. CJ ENM 제공

한국 영화 ‘잠’은 지난 5월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됐다. 몽유병에 시달리는 남편 오현수(이선균) 때문에 위기에 처한 신혼부부의 사연을 다뤘다. 현수는 연극배우다. 아내 정수진(정유미)은 그를 “오 배우”라고 높여 부른다. 칸영화제에서 상영될 때 영어자막은 “Oscar Winner(아카데미상 수상자)”로 표기됐다. 당시 관객들은 킬킬거리며 웃었다. 이선균이 출연한 영화 ‘기생충’(2019)이 아카데미상 4관왕에 올랐으니 저 자막은 그들에게 특별하게 느껴졌을 만하다.

□ 이선균은 ‘기생충’으로 전 세계에 자신의 얼굴을 알렸다. ‘내수용 배우’로 여겨지던 그는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든든한 발판을 마련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가 첫 제작 한국 드라마로 ‘Dr. 브레인’(2021)을 선택했을 때 고개를 끄덕이는 이가 적지 않았다. 할리우드 영화 ‘라스트 스탠드’(2013)를 연출했던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선균이 주연을 맡아서다. 이선균은 5월 칸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나 “‘기생충’으로 칸을 찾았을 때보다 알아보는 이들이 확실히 늘었다”고 말했다.

□ 이선균이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면서 미공개 출연작들이 된서리를 맞게 됐다.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서 상영된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제작비가 185억 원이다. 개봉 비용까지 감안하면 200억 원이 넘는다. 또 다른 출연 영화 ‘행복의 나라’ 제작비도 만만치 않다. 촬영 예정이던 드라마 ‘노 웨이 아웃’과 광고까지 포함하면 애먼 피해를 보게 될 대상은 늘어난다. 이선균 홀로 잘못하고 여러 사람이 크나큰 낭패를 보게 됐다.

□ “어떻게 키운 배우인데…” 이선균 수사 소식을 듣고서 한 영화인은 탄식했다. 이선균은 2001년 시트콤 ‘연인들’에 출연한 이후 몇 작품을 거쳐 스타로 발돋움했다. 티켓 파워가 확실하진 않았으나 자기 몫은 해내는 주연급으로 인정받았다. 이선균의 노력이 작용했으나 주변 관계자들의 숨은 공을 무시할 수 없다. 20년 넘게 업계가 키워 해외에서까지 눈길을 끌게 된 배우가 몰락 위기에 처했다. 한국 영상산업은 큰 손실을 보게 됐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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