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서 반이스라엘 유대인 시위 잇따라
"즉각 휴전·가자지구 공격 중단" 촉구
이스라엘 유대인 1300여 명, 평화 청원 동참
"네버 어게인!"(다시는 안 돼!)
홀로코스트(독일 나치의 유대인 인종 학살) 생존자들의 상징적 슬로건이 다시 소환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을 규탄하고 휴전을 촉구하는 유대인들의 시위 현장에서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소탕을 명분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보복 공격하는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학살하면 홀로코스트와 다를 바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23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뉴욕타임스, 아랍권 언론 알자지라 등은 미국과 유럽에서 휴전과 평화를 촉구하는 유대인들의 반전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하마스의 민간인 학살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것이 또 다른 전쟁범죄를 정당화할 순 없다고 시위대는 호소한다.
미국에서는 회원이 44만 명인 세계 최대 유대인 단체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와 진보 성향 유대인 단체 '이프낫나우'가 앞장섰다. 지난 18일에는 두 단체 회원 430명이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을 점거하고 "지금 당장 휴전"과 "가자지구 폭격 중단"을 외쳤다. 유대교 율법학자인 랍비 20여 명도 유대 전통의식에 사용되는 나팔(쇼파르)을 불며 힘을 보탰다.
랍비 알리사 와이즈는 "미국의 유대인들이 일어나 '네버 어게인'을 외치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가 역사에서 무언가를 배웠다면 팔레스타인이라고 그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유럽 전역에서 벌어진 친(親)팔레스타인 시위에 동참하는 유대인도 크게 늘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덴마크에 거주하는 유대인 지휘자 조너선 오피르는 "유대인으로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반대할 의무가 있기에 계속 싸울 것"이라고 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공격 즉각 중단을 요구하는 청원에 세계 곳곳의 유대인 1,300명 이상이 서명했다. 스페인에 사는 유대인 나아마 파르준(54)은 "팔레스타인인을 차별하는 인종주의 국가에서 특권을 누리는 시민이라는 부담을 견딜 수 없어 이스라엘을 떠나왔다"며 "이번 전쟁의 비극은 이스라엘이 저지른 수십 년간의 폭력과 억압의 직접적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시온주의와도 선을 긋는다. 시온주의는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의 나라를 건설하자는 19세기에 등장한 민족주의 운동일 뿐, 유대인들의 절대 신념이 될 순 없다는 것이다. 이프낫나우의 에바 보그바르트 정치국장은 "전쟁을 멈추는 게 우리 일생의 가장 큰 시험"이라며 "모두의 안전을 위해 팔레스타인 점령과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를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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