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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가 정성스럽게 연출한 인질 석방…전쟁의 새 변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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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가 정성스럽게 연출한 인질 석방…전쟁의 새 변수 될까

입력
2023.10.24 20:00
수정
2023.10.24 20:1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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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려나며 대원에 악수 자청 장면, 동영상에
이스라엘 지상전 앞두고 “인도주의” 여론전
‘휴전’ 반대하지만 “좀 더 준비하라”는 미국

23일 석방을 앞둔 이스라엘인 고령 여성 인질 누릿 쿠퍼(가운데)와 요체베드 리프시츠(왼쪽)가 이스라엘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대원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캡처한 동영상의 한 장면. 가자=로이터 연합뉴스

23일 석방을 앞둔 이스라엘인 고령 여성 인질 누릿 쿠퍼(가운데)와 요체베드 리프시츠(왼쪽)가 이스라엘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대원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캡처한 동영상의 한 장면. 가자=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인질을 전략적으로 풀어 주기 시작하면서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소탕을 위한 대대적인 군사 작전을 당장 강행하기 어렵게 됐다. 보복 공격을 서두르다가 각국 인질들을 사지로 몰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질 구출을 최우선 순위에 둔 미국이 이스라엘에 속도 조절을 우회적으로 주문하는 것도 변수다.

“하마스, 연료·인질 교환 제안… 협상 결렬”

미국 CNN방송과 이스라엘 신문 하레츠, 아랍권 언론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23일(현지시간) 인질 2명을 추가 석방했다. 79세와 85세인 이스라엘 여성들이다. 20일 미국 국적의 모녀 2명을 풀어 준 지 사흘 만이다.

하마스가 촬영해 공개한 이날 인질 석방 장면 동영상에는 인도주의가 느껴지도록 연출된 흔적이 역력하다. 검은 복면으로 얼굴 전체를 가린 하마스 대원이 대기 중인 두 여성에게 음료와 과자를 건네는가 하면, 한 인질은 적신월사(아랍권의 적십자사)에 인계돼 구급차에 타기 직전 대원에게 악수를 건넨다.

하마스 대변인은 “점령군(이스라엘군) 공격에도 인도주의적 이유로 석방을 결정했다”고 했다. 그러나 인질 석방은 여론전을 위한 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연료 등 구호 물품과의 교환 용도로 인질이 활용될 수 있다. 하마스가 연료를 받는 대가로 인질을 50명까지 석방할 수 있다는 제안을 내놓고 협상을 시도했지만 이스라엘의 거부로 불발됐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21일부터 이집트와의 국경인 라파 검문소를 통해 구호품이 가자지구로 들어가고 있는데, 하마스의 전쟁 물자로 전용될 수 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에 연료는 제외됐다.

인질 석방의 최대 효용은 이스라엘의 지상 작전 지연일 공산이 크다. 인질부터 챙겨야 한다는 국제 여론의 압박에 이스라엘이 머뭇대는 동안 하마스는 전열을 가다듬을 시간을 벌게 된다. 무리한 군사 작전을 자제하고 석방 협상부터 해달라고 호소하는 인질 가족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도 있다. 이스라엘군은 약 220명의 인질이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난감한 처지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상 작전 중에 인질을 구출하는 방안을 고려해 왔다. 또 하마스를 밀어붙이는 것이 인질 석방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이에 이스라엘은 "(인질 구출이) 지상 작전을 포함한 우리 행동을 방해할 수는 없다”(이스라엘 카츠 에너지부 장관)는 강경한 입장을 일단 확인했다.

이스라엘, 하마스 만행 영상으로 여론전 ‘맞불’

24일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한 주유소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가자=AFP 연합뉴스

24일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한 주유소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가자=AFP 연합뉴스

유엔이 촉구하는 ‘인도주의적 휴전’은 이스라엘의 선택지가 아니다. 대신 하마스의 잔혹성을 부각하는 여론전으로 ‘맞불’을 놓았다. 이스라엘은 23일 텔아비브 한 군사 기지에서 비공개 외신 브리핑을 열고 하마스가 7일 기습 공격 때 자행한 살해와 시신 훼손 장면 등을 43분 분량의 편집 영상으로 공개했다고 영국 가디언 등이 전했다.

하마스에 휴전을 인질 석방 대가로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임시 휴전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인질들이 풀려나고 나서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어떤 휴전이든 하마스에 재정비 시간과 테러 공격 준비 능력을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상전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달성할 수 있는 군사적 목표가 불분명하고 지상전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지도 않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의 우려”라고 고위 행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여당인 민주당 소속 잭 리드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은 인질 협상 시간 벌기 등을 위해 지상전을 연기해야 한다고 이스라엘에 요구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김현종 기자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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