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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꼬리 물기’와 ‘똥꼬스키’, 정확한 원인이 뭘까?

입력
2023.10.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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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Q. 안녕하세요, '소금이'와 '후추', 두 고양이와 살고 있는 집사입니다. 냥줍을 통해 가족이 된 둘은 나이가 비슷한 것 같아요. 2021년 5월 출생으로 추정됩니다. 둘이 우다다도 잘하고 낚시 놀이에도 적극적인, 에너지가 많은 아이들이에요. 그런데 아직도 꼬리 물기를 자주 합니다. 아깽이 때는 자기 꼬리를 물어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2살이 넘은 요즘도 매일 한두 번씩 자기 꼬리를 물고 놀아 걱정이 되네요. 많이 못 놀아줘서 그런가 싶어 미안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매일 아침, 저녁 1시간씩은 꼭 놀이시간을 가져요. 그래도 가끔씩 자기 전 오후11시 즈음에는 둘이 엄청 신나게 5~10분 정도 우다다 할 때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심심해서 꼬리를 무는 것은 아닌 것 같고요. 꼬리 쪽 감각이 예민한가 싶기도 하고, 지각과민증후군 같은 건가 싶어서 걱정이에요. 이럴 땐 꼬리잡기 놀이를 못하게 해야하는 건지, 스트레스를 풀게 내버려 둬야 하는 건지 고민입니다.

꼬리 물기와는 별개로 똥꼬스키도 고민입니다. 항문낭을 짜면 조금 나오긴 해도 엄청 많이 나오진 않아요. 변이 묻거나 하지도 않아서 불편감에 그러는 것 같진 않은데 정해진 장소(침대 옆 올라오는 슬라이드)에서 하루 두세 번씩은 꼭 짧게 짧게 똥꼬스키를 탑니다. 이유 없는 똥꼬스키도 있을까요?

A. 안녕하세요. 반려동물 행동문제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치료하는 ‘하이 반려동물 행동 클리닉’ 원장 이우장 수의사입니다. 이번에는 고양이가 성묘가 되어서도 꼬리를 가끔 물어 많이 걱정된다는 사연인데요. 사연처럼 고양이가 꼬리 쫓기나 꼬리 물기를 계속 할 때, 그리고 똥꼬스키까지 주기적으로 타는 그 원인이 무엇이고, 대처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고양이 '꼬리 물기' 원인?

고양이 꼬리 물기의 올바른 대처법을 알기 위해선 가장 먼저 원인을 파악해야 합니다. 고양이는 개와 달리 놀이 차원으로 빙빙 돌면서 꼬리를 쫓거나 물려고 하는 행동을 자주 보이진 않습니다. 하지만 사연처럼 아기 고양이 시절이라면 꼬리 쫓기를 하면서 노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몸짓도 편안하게 보이고, 다른 장난감으로 시선을 돌려주면 금방 장난감에 호기심을 보이게 됩니다.

아기 고양이가 하는 꼬리 물기는 큰 문제가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아기 고양이가 하는 꼬리 물기는 큰 문제가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꼬리 물기가 단순히 놀이 성격의 행동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건데요. 놀이성으로 보여도 고양이의 꼬리 물기 자체가 개들에 비해 자주 나타나는 행동이 아니기에 지속되거나 과한 경우는 검진이 권장됩니다. 특히 이번 사연처럼 보호자가 아침, 저녁으로 매일 1시간씩 열심히 놀아주고 있다면 충분히 놀이에 신경 써주고 있는 것으로 보여 단순한 놀이성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성묘가 꼬리 물기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성묘가 꼬리 물기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꼬리 물기의 의학적 이유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주된 이유로는 1) 알러지나 피부병, 진드기 등에 의한 소양감(간지러움), 2) 상처나 관절염으로 인한 꼬리 부위 통증, 3) 지각과민증후군이 있습니다. 사람도 특정 신체부위가 간지러울 때 긁는 것과 같이 고양이도 소양감에 과한 그루밍 또는 무는 행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 꼬리 부위 소양감의 원인으로 외부 기생충이 의심되거나 확인되면 먹는 약 또는 바르는 약을 처방 받을 수 있는데요. 만약 소양감이 식이 알러지로 의심된다면 저알러지성 사료나 식이 조절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꼬리 쪽에 감염은 없는지, 알러지나 피부병, 벼룩이나 진드기와 같은 외부 기생충에 의한 소양감인지 감별해야 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꼬리 쪽에 감염은 없는지, 알러지나 피부병, 벼룩이나 진드기와 같은 외부 기생충에 의한 소양감인지 감별해야 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소양감과 반대로 꼬리 부위에 통증을 느껴도 꼬리 물기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꼬리에 상처가 있거나 외상이나 관절염 등에 의한 꼬리 쪽 통증이 있다면 꼬리 물기를 보일 수 있다는 건데요. 이 경우 상처 부위 치료와 진통제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가 꼬리를 계속 물려고 하거나, 이미 염증 혹은 상처가 나 있을 때는 치료를 마칠 때까지 일시적으로 넥칼라를 쓰는 편도 고려해야 합니다.

고양이 지각과민증후군?

꼬리 물기는 지각과민증후군(Feline Hyperesthesia Syndrome·FHS)의 한 증상으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지각과민증후군은 주로 등 쪽과 꼬리 바로 앞부분의 피부가 매우 예민한 상태를 의미하는데요. 이럴 땐 보호자가 해당 부위를 만질 때 움찔거리거나 동공이 커지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갑작스럽게 공격성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각과민증후군을 진단하기 위해선 앞서 설명 드린 질환 및 통증 등을 먼저 감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각과민증후군은 꼬리 물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지각과민증후군은 꼬리 물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지각과민증후군으로 진단되면 증상의 심각성에 따라 항불안제, 스트레스 완화제 등의 약물치료를 시작하게 됩니다. 약물치료는 그 반응에 따라 용량을 조절하거나 약물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어떤 약을 얼마나 오래 먹어야 하는 지는 고양이 개체별로 차이가 있기에 다른 질병의 가능성은 없는지, 평소 불안도가 얼마나 높은 지 등을 종합적으로 병원에서 따져봐야 합니다.

지각과민증후군 원인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스트레스와 불안이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약물치료와는 별도로 환경 풍부화도 증상 완화에 도움될 수 있습니다. 환경풍부화와 관련해서는 보호자가 부재하거나 놀아주지 못할 때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혼자 놀 수 있는 장난감과 사냥 본능을 자극하는 먹이퍼즐 장난감을 준비해주면 좋습니다. 또 높은 곳에서 밖을 관찰할 수 있도록 창문 쪽에 캣타워를 설치하는 것도 권장합니다.

사실 꼬리를 쫓긴 하지만 물지 않거나 상처가 나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정도라면, 단순히 심심해서 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홈캠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면 한번 관찰해보세요. 보호자가 없을 때는 전혀 하지 않는데, 보호자가 있을 때만 한다면 일종의 관심 끌기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스트레스와 불안이 지각과민증후군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환경풍부화와 항불안제 등이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스트레스와 불안이 지각과민증후군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환경풍부화와 항불안제 등이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즉, 정도가 심하지 않고 질병의 가능성이 없다면 꼬리 물기를 할 때 못하게 하기보다는 적절한 장난감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보호자가 주변에 있을 때만 꼬리 물기를 한다면 그 행동을 할 때 보호자가 한번 자리를 떠나보세요. 자리를 떠났더니 꼬리 물기를 멈춘다면 관심 끌기 행동일 수 있기에 일관되게 무시하거나 자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고양이 똥꼬스키, 왜 하는건가요?

사연 속에서 꼬리 물기 외에 또 다른 고민인 똥꼬스키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고양이가 똥꼬스키를 타는 이유 중 가장 흔한 경우가 항문낭 배출을 돕기 위함이거나 묻은 변 등을 깨끗이 정리하기 위함입니다. 일주일에 한번 내지 많아도 2번 정도 하는 것은 괜찮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자세한 원인 분석을 위해 동물병원에 먼저 방문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건강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앞으로 지켜봐도 되는 상황인 거죠. 똥꼬스키 원인에는 1) 항문낭 질환이나 질염 등 생식기 관련 질환, 2) 기생충 감염, 피부질환 및 하부요로계(FLUTD) 질환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각 고양이마다 보이는 증상과 외관 상태에 따라 감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1~2회 정도의 똥꼬스키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 이상이라면 병원 방문을 추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일주일에 1~2회 정도의 똥꼬스키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 이상이라면 병원 방문을 추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사연 속 보호자님께서 직접 항문낭 배출을 시도하셨지만 조금밖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정말로 항문낭 배출과 관련이 없어서 일 수도 있지만, 전문가가 시도하면 많은 양이 배출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다시 체크를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강아지와 달리 일반적으로 고양이는 항문낭 배출에 도움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개체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드물게는 정기적인 배출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똥꼬스키를 타는 상황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변을 본 직후인지, 변 상태는 어떤 지, 그리고 고양이가 화장실을 잘 이용하는지 등을 자세히 확인하면 설사와 같이 간단한 원인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평소 엉덩이 쪽을 확인했을 때 변 또는 이물질이 묻어 있다면 가볍게 닦아 정리를 해주면 되지만, 계속 묻어 있거나 엉덩이 주변이 빨갛다면 마찬가지로 병원에서 검진을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고양이는 항문낭 배출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고양이는 항문낭 배출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만약 변비나 설사 때문이라면 원인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유산균이나 섬유질과 같은 보조제나 식이조절 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검진 후 정기적인 항문낭 배출이 필요하다면 병원에서 도움을 받거나 배출하는 방법을 다시 배워 집에서 주기적으로 배출해줘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사연을 통해 고양이의 꼬리 물기와 똥꼬스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두 행동 모두 개에게는 흔한 증상인데 고양이에겐 흔하지 않기에 이 모습들을 자주 본다면 우선 병원 검진을 권장합니다. 이후 건강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너무 걱정하지 말고 증상이 심해지지 않는지 계속 관찰해주세요. 소금이와 후추가 보호자와 함께 건강하게 생활하기를 바라겠습니다.


▽▼반려생활 속 질문,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이우장 하이 반려동물 행동클리닉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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