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탈피'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넷플릭스 바로 보기 | 15세 이상
한 젊은 여성이 살해된다. 고객에게 소개해 줄 주택에서다. 여성은 부동산 중개 일을 해 왔다. 용의자는 둘로 압축된다. 여성의 남자친구와 악연이 있는 한 사내, 그리고 여성과 이혼하려 하는 남편이다. 두 사람은 범죄 동기가 있다. 게다가 꺼림직한 과거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살인사건은 쉽게 해결될 듯 보인다. 하지만 수사는 의외의 난관에 부딪히고는 한다. 유력 용의자는 살인과 관련이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누가 범인일까.
①전근 온 형사가 맡은 살인사건
살인사건 담당 형사는 톰(베니치오 델 토로)이다. 그는 다른 지역 경찰서에서 전근 온 지 얼마 안 됐다. 그는 이전 근무지에서 불명예스러운 일을 겪었다. 동료의 비리가 적발됐는데, 그가 오랫동안 묵인한 거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톰이 동료의 잘못을 보고했다 해도 배신자라는 뒷소리를 듣기 마련이었다. 이래저래 마음이 불편했던 톰은 아내 주디(얼리샤 실버스톤)의 삼촌 로버트(에릭 보고시안)가 경찰간부로 일하는 곳으로 옮겨왔다.
톰은 새 근무지에서 동료들과 원만하게 잘 지낸다. 동료들도 톰에게 호의적이다. 오래도록 지역기반을 닦은 로버트의 영향이 작지 않다.
②주변사람들이 수상하다
살인사건 피해자의 남자친구 윌(저스틴 팀버레이크)은 알리바이가 확실하다. 하지만 그는 좀 독특한 인물이다. 아직 이혼도 안 한 여성과 급하게 혼담을 주고받았다. 결혼 운운하던 애인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여성에게 추파를 던지기도 한다. 윌은 여성들을 진정 사랑하기보다 그의 사업에 이용하려 하는 듯하다. 게다가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사업 노하우가 있어 보인다.
수사가 활기를 띠면서 톰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그가 쫓던 용의자들과 달리 혐의가 더 유력한 인물을 찾아낸다. 그런데 그와 연결된 몇몇 사람은 톰이 익히 아는 이들이다. 톰은 고뇌에 빠진다. 전근 온 곳에서 튼튼히 착근하고 싶다.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고 싶은 욕구가 강하기도 하다. 직진할 것인가, 후진할 것인가. 톰은 멈칫멈칫하다가도 빠르게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 나간다.
③하드보일드 형사물의 별미
내용은 그리 신선하지 않다. 떳떳하지 않은 한 형사가 명예회복의 기회를 잡는다. 그런데 원칙대로 움직이다 보면 소중한 이를 잃을 수 있다. 여러 형사물에서 많이 봐 온 상황이다. 영화는 델 토로의 무표정한 얼굴과 냉소적인 눈빛에 많이 기댄다. 톰은 쓸쓸한 늑대처럼 자기 할 일을 다한다. 캐릭터가 줄 수 있는 매력이 만만치 않다.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장면이 여럿 있다. 톰이 첫 번째 용의자와 총격을 주고받는 장면, 막바지 살인사건 공범들과의 대결은 형사물만이 줄 수 있는 별미다. 빼어나다고 할 순 없으나 재미없다고는 단정할 수 없는 영화다.
뷰+포인트
원제는 파충류를 의미하는 ‘Reptile’이다. 파충류는 비늘을 탈피한다. 영화 속 살인사건 현장에서는 뱀의 허물이 발견된다. 사건과는 무관하다. 주인공 톰의 상황을 비유하기 위해 들어간 장면이다. 톰은 불명예를 벗고 싶다. 그는 유혹을 떨쳐내고 과거로부터 탈피할 기회를 잡는다. 한국 제목이 ‘탈피’인 이유다. 유명 가수 위켄드와 로드, 샘 스미스 등의 뮤직비디오로 유명한 그랜트 싱어가 메가폰을 잡았다. 싱어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평론가들 평가는 좋지 않은 반면 관객 반응은 호의적이다. 올해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44%, 관객 72%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