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살인 고의성 입증 어려워"
준강간치사 혐의만 유죄 인정
대학캠퍼스 건물 안에서 성폭행하려던 여성을 창밖으로 떨어뜨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에게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검찰은 살인 고의성이 있었다고 보고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살인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26일 확정했다.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10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금지 명령도 유지됐다.
A씨는 지난해 7월 15일 오전 1시쯤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 내 5층짜리 단과대 건물 2, 3층 사이 계단에서 동급생인 피해자를 강간하려다 창밖으로 떨어뜨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피해자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데도 범행이 발각될까 봐 아무런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뒤늦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진 피해 여성은 같은 날 오전 7시 사망했다. 검찰은 "A씨는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1심 법원은 준강간치사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A씨가 강간을 하려다 사망에 이르렀을 뿐 고의적 살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직접적 행위는 엎드린 채로 창틀에 걸쳐 있는 피해자 하체를 들어 올린 것"이라며 "A씨가 피해자 하체의 어느 부분을 얼마나 들어 올렸는지 알 수 있는 증거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망을 발생시킬 만한 위험이 내포돼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1심에서 1억 원을, 당심에서 1억 원을 추가 공탁했지만 유족 측은 받지 않고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도 살인 혐의 판단은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잘못이 없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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