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거주이전 대출... 4년간 1건
올해 출시 상품도 기대치 13% 그쳐
"수요 반영한 상품 적시에 제공해야"
정부가 주거취약계층의 주거 이전을 돕기 위해 내놓은 정책 상품이 저조한 실적 탓에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색내기용' 지원이 아닌 시장 환경을 고려해 보다 많은 이용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요 친화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민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2월 31일 출시된 '노후고시원거주자 주거이전 대출 상품'의 실행 건수는 지금까지 단 1건(2,600만 원)에 불과했다.
해당 상품은 고시원 참사를 막기 위해 나온 정부의 후속 조치였다. 2018년 11월 9일 서울 종로구의 국일고시원에서 불이 나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쳤는데, 당시 고시원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국토부는 스프링클러 미설치 고시원 거주자를 상대로 임차보증금 5,000만 원 이하 주택은 전액을 연 2.1%의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게 했다.
신청 자격은 3개월 이상 고시원에 거주하고 연소득 4,000만 원 이하 무주택자에게 주어졌으나, 실적이 저조하자 국토부는 상품을 없애는 절차에 들어갔다. 국토부 관계자는 "상품 홍보가 부족했다"며 "대상자들을 포괄할 수 있는 '비정상거처 이주지원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이 시행돼 수요가 흡수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 3월 발표한 이 정책도 사정은 비슷하다. 실행 건수는 이달 20일 기준 393건에 그치고 있다. 쪽방, 고시원, 여인숙 등에 3개월 이상 사는 무주택자에게 최대 5,000만 원까지 무이자로 대출해주는데, 이 역시 보증금 2억 원 이하·전용면적 85㎡ 이하(1인 가구는 60㎡) 등의 단서가 붙었다.
정부는 지난해 8·16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주거 이전용 무이자대출로 한해 3,000가구 이상 지원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상은 기대치의 13% 수준이다. 이 관계자는 "8월 추가로 3,000만 원을 최대 1.8% 금리로 빌릴 수 있게 한도를 늘렸으나 여전히 여건에 못 미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요층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 설계가 실패로 귀결됐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최은영 도시연구소 소장은 "저소득층은 수천만 원의 빚을 지는 것 자체가 부담인 데다, 비닐하우스 등 돈이 안 드는 곳에서 살던 사람은 대출을 받아 거처를 옮겨도 빚이나 그 외 발생할 부수적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탁상행정만 되풀이하지 말고 주거실태를 명확히 진단해 수요자들에게 필요한 상품을 적기에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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