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권, 유미선 교수 자문
"민원 많으면 농장도 제재 받아
갈등 유발하는 절차 개선하고
무인 자동 포집기 활용 확대를"
<편집자주>
※한국일보가 연재한 기획시리즈 '출구 없는 사회적 공해 악취' 취재팀은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악취 민원이 제기된 지역인 제주 애월읍 주민을 대상으로 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전문을 지자체와 학계 등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한국일보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해당 주민들 진술에 대한 안희권 충남대 동물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의 자문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보도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악취 관리 전문가 자문회의에 소속돼 있는 안희권 충남대 동물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는 악취 민원이 많을수록 냄새 유발원으로 지목된 축산농가는 무거운 제재를 받는다고 했다. 민원이 많이 제기될수록 개선을 위한 보조금이 늘어 농장주가 되레 혜택을 보는 것 아니냐는 일부 주민들의 생각은 사실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안 교수는 "민원이 많이 제기된 지점의 악취 농도가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하면 악취방지법상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되거나 가축분뇨법에 따른 개선 명령을 받는다. 이 경우 농장주는 악취 관리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련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기준을 재차 초과한 농장에는 조업정지 처분 또는 1억 원 미만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행정처분을 받은 농가는 정부지원사업 대상서도 제외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허술한 행정절차가 민원을 제기하는 주민들의 오해를 키우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장주들이 악취를 포집하는 지자체 공무원 등과 유착돼 ‘부실 실측’을 한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안 교수에 따르면 2회 이상 민원이 지속되면 지자체가 농장주 입회 없이 악취 포집 및 측정이 가능하지만, 이때 농장주 동의를 받아야 한다. "방역 관리를 위해 만든 행정절차인데, 지자체가 축사 방문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농장주가 악취 포집 시기를 인지하게 돼 결과적으로 민원인 입장에선 갈등 소지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주민들의 오해를 사전 차단하는 일부 지자체 사례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의 무인 악취포집기가 좋은 예다. 악취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 되면 자동으로 시료를 포집하는 기기다. 홍성군은 내포신도시를 2020년 악취배출신고대상 지역으로 지정한 뒤 농장마다 이 무인 포집기를 설치했고, 이젠 악취를 측정해야 할 때마다 농장주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휴일이나 공무원 일과 시간 후 악취 포집이 가능해졌다는 것도 장점이다. 제주 애월읍에도 지난해부터 무인 악취포집기가 설치됐으나, 행정조치 수단으로는 활용되지 않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무인 포집기의 측정 결과는 공무원들의 현장 점검용으로만 쓰인다"고 했다.
애월읍 주민들이 바라는 것처럼 불시점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전문가 위원인 유미선 울산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악취 측정을 해야 할 때 사업장이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고, 민원이 집중되는 사업장에 대해선 사육두수 감축 등 추가 제재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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