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회 한국출판문화상 접수에 부쳐
편집자주
매주 출판 담당 기자의 책상에는 100권이 넘는 신간이 쌓입니다. 표지와 목차, 그리고 본문을 한 장씩 넘기면서 글을 쓴 사람과, 책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이를 읽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이혜미 기자가 활자로 연결된 책과 출판의 세계를 격주로 살펴봅니다.
"요즘 누가 돈 벌려고 책 쓰나요?" 책깨나 쓴 사람들은 곧잘 '인세'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하곤 합니다. 정말로 돈이 필요하지 않다기보다는 그만큼 경제적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자조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웬만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는 것이 아니고서는 인세로 빚을 갚고 입에 풀칠하는 거야 도스토옙스키 시대나 가능했던 일. 모두가 쓰는 일에 뛰어들지만 읽는 사람은 급감하는 시대, 사실 출간은 대표적인 '가성비' 떨어지는 일일 겁니다.
그럼에도 한 해에만 6만 종 이상의 책이 쏟아지는 데에는, 출판에 '돈' 이상의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책이야말로 우리 문화의 근간을 이룬다는 믿음, 지성사에 어느 정도 기여한다는 자부심, 지식과 대중을 연결한다는 소명 등… 이런 무형의 것들은 정확한 수치로 측정되거나 세속적 가치로 평가받진 못하나, 문명을 이어온 '출판 정신'이었지요.
출판 기자로서 매주 100권 이상의 책의 페이지를 넘기며 만듦새에 담긴 여러 사람의 마음을 읽습니다. 백지장 같은 워드프로세서 화면을 한 글자씩 채워 나가는 저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책의 방향을 잡는 편집자, 독자와 저자 그리고 책을 잇는 마케터와 출판사, 해외 지식을 국내에 알리는 선구자인 번역자 등등... 한 권의 책이 품은 땀방울과 자부심은 얼마나 치열한 것이었던가요.
제64회 한국출판문화상 후보작 접수가 이번 주 시작됐습니다. 1960년에 처음 상을 제정한 이래로 한국일보는 단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책에 깃든 출판 정신을 치하하는 일을 이어왔습니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들은 해방 이후 한국 인문학의 성과를 증언하는 책들(2009년 6월 9일 자 한국일보)"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일보는 올해도 이 여정을 지속하려 합니다. 출판인 여러분의 활발한 참여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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