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생전 업적 주목 보도 등 없어
리커창 향수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
민생을 중시한 정치가로 평가되며 중국인들의 존경을 받았던 리커창(68) 전 국무원 총리의 별세 소식이 27일 전해지자 중국 온라인에서는 슬픔과 애도를 표하는 목소리가 넘쳐났다. 반면 관영 매체들은 "리 전 총리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짤막한 소식만 담담히 전했다. 중국 정부는 그에 대한 중국 사회의 추모 분위기를 최대한 억누르려 하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8시(현지시간) 관영 중국중앙(CC)TV가 리 전 총리의 사망 소식을 보도한 뒤, 중국인들은 각종 온라인 플랫폼에서 커다란 관심을 보이며 추도의 글을 올렸다. 오후 4시 기준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의 인기 검색어 1위는 '리커창 동지 사망'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서도 '리커창 동지 서거' 해시태그가 18억 회 이상 조회됐다. 웨이보에선 "리커창, 인민의 좋은 총리" "침통하다" "왜 위대한 사람은 일찍 떠나나" 등의 글이 쏟아졌다.
관영 매체들은 대조적인 모습이다. 대체로 리 전 총리 사망을 부각하지 않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서 이 뉴스를 '25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회동했다'는 기사의 하단에 배치했다. 다른 관영 매체들도 리 전 총리의 생전 활동을 소개하는 보도는 아직 내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 공식 웨이보 계정은 리 전 총리 별세 소식을 게시했으나, 해당 트윗 댓글창은 막혀 있다. 중국판 카카오톡 위챗은 한때 '리커창' 단어의 전송도 통제했다.
리 전 총리의 사망 전 마지막 공개 행보는 지난 8월 간쑤성 둔황 모가오(막고)굴 방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SNS 엑스(X·옛 트위터)에 모가오굴을 찾은 영상을 올린 바 있다. 밝게 웃으며 자신에게 인사하는 관광객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등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때 역시 중국 매체들은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리 전 총리가 과거 한동안 시 주석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정치인이었다는 점을 감안, 그에 대한 '향수'를 대중이 느끼는 게 시 주석 1인 체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계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한층 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근 중국은 올해 3월 시 주석 3기 체제 출범과 함께 등용된 친강 전 외교부장, 리상푸 전 국방부장 등이 잇따라 해임되며 사실상 '숙청 정국'이 조성된 상태다. 공교롭게도 이런 시점에서 시 주석의 '정치적 경쟁자'였던 리 전 총리는 아예 사망해 버린 탓이다. '시진핑 1인 독주 체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단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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