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전 미뤄온 네타냐후 "압박 커야 인질 석방된다"
인질 가족들 "인질 위험해져… 군사 작전 멈춰달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을 사실상 시작하면서 하마스가 억류한 각국 인질 200여 명이 사지에 내몰렸다. 하마스는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구금한 팔레스타인인 6,000여 명과 맞교환하자"며 일단은 유화책을 썼지만, 전세가 불리해지면 인질들을 인간 방패로 쓸 가능성이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상 작전이 인질 구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호언했으나 인질 가족들은 "인질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군사 행동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인질 문제는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얼마나 빠르게 확대할지를 가르는 마지막 변수가 될 전망이다. 29일 기준 이스라엘군이 추산한 인질은 229명으로,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지상작전이 인질 구출에 도움 돼"… 애끓는 가족들 "공격 멈춰라"
이스라엘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28일(현지시간) 인질 가족들과 만나 "이스라엘은 인질의 귀환을 위해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동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인질 가족 모임인 '인질과 실종자 가족 포럼'이 "인질들의 운명이 전적으로 불확실해진 상황에 분노한다"면서 당국자와의 만남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인질 로미(23)의 어머니인 메이라브 러셈 고넨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인질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군사 작전을 시작하지 말라고 간청했다"고 TOI에 말했다.
전쟁 초반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우리 민간인을 공격할 경우 인질을 1명씩 처형할 것"이라고 위협했으나, 지난주 이스라엘인과 미국인 4명을 2명씩 차례로 풀어 주며 이스라엘의 공격 명분을 희석시켰다.
28일 텔아비브의 국방부 청사 앞에서는 하마스 소탕을 위한 군사 작전 전에 인질부터 구출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생명이 중요하다"라고 적힌 팻말을 든 셸리(62)는 "정부는 우리를 보호하지 못한 만큼 우리에게 빚을 졌다"며 "인질들에 집중해야 한다"고 영국 가디언에 말했다. 19세 조카가 하마스에 끌려간 지브 셰르만은 "(지상 작전을) 서두르지 말라. 하마스는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공격의 고삐를 더 바짝 조였다. 인질 가족들과의 만남 직후 성명을 내고 "핵심은 하마스를 얼마나 압박하느냐"라며 "압박이 클수록 인질이 석방될 가능성도 커진다"고 밝혔다. 전쟁의 '두 번째 단계' 진입, 즉 지상전 개시를 선언한 기자회견에서도 "지상 작전이 인질 구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거듭 피력했다. 인질 협상으로 시간을 끌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카타르 "인질 협상 난항"… 하마스 '포로 맞교환' 제안
네타냐후 내각의 강공에 대한 국내 여론은 싸늘하다.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강력히 지지해 온 미국 등 서방에서도 인질의 안전 보장과 이를 위한 지상전 연기를 요구해 왔다. 막후에서 인질 협상을 중재해 온 카타르도 난색을 표했다. 마제드 알 안사리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은 29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 공격을 강화하면서 인질 협상 상황이 훨씬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아랍권 언론 알자지라에 따르면, 하마스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는 28일 성명을 통해 "인질들과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모든 팔레스타인인 간의 즉각적인 포로 교환 거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감옥 16곳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하는 서안지구의 1개 감옥엔 팔레스타인인 6,000여 명이 구금돼 있다. 인질 가족들도 이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이스라엘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시작하면서 협상 여지는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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