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주기인 어제 윤석열 대통령이 개인 연고가 있는 교회에서 추도예배를 했다. 서울광장에서 열린 시민추모대회에 불참하고 추도예배 형식으로 애도를 표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430자 추도사를 통해 "지난해 오늘은 제가 살면서 가장 슬픈 날”이라며 "안전한 대한민국이란 목표를 위해 앞으로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유 여하를 떠나 개인이 아닌 대통령은 유가족 주최 추모제를 찾는 게 합당했고, 그랬다면 추도사 메시지의 진정성도 컸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어제 유년시절 다녔던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 추도예배에 참석해 희생자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국 어디서나 추도하는 마음이 같다”고 참석 배경을 설명했지만, 대형 참사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행보로 보기에는 너무 낯선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 추도예배 사실이 알려지자 추모제 참석을 거부하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영암교회 예배에 나타났다. 추모제가 야당 주최의 정치적 행사라며 거리를 두었던 정부·여당 인사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참석자 면면만 보면 일개 교회의 추도예배가 정부 차원의 공식 추모행사 격이 된 셈이다. 이처럼 대통령과 여당 대표까지 한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다면 애초 정부 차원의 추모제를 준비했으면 될 일이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유가족들과 공무원들이 1대 1 매칭을 해 대응했다"고 했는데 이 말이 맞는다면, 1주기 추모제는 정부가 유가족들과 협의해 진행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논의도 않다가 뒤늦게 추모제가 정치 행사라며 불참한 것은 결과적으로 1년 전과 달라지지 않은 정부만 확인시켰을 뿐이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대하는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국민들이 주목한 이유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의지와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야당을 핑계 대며 여전히 책임 앞에서 작아지는 모습을 보면 국가의 역할을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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