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물 대화방 3개월 참여하며 검색
영상물 다운 안 하고 미리보기만 확인
'현행법 처벌 어려워... 제도 보완해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공유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 대화방에 참여해 있었던 것만으로는 '성착취물 소지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현행법은 성착취물을 '소지'하는 경우부터 처벌하고 있기 때문에, 대화방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화방 참여 행위까지 의율하려면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성착취물 소지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12일 무죄 취지로 사건을 원심 법원에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해 1~6월 누가 개설했는지 알 수 없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공유 텔레그램 대화방 7곳에 참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대화방에서 480여 개의 성착취물 목록을 살펴보거나 영상물 썸네일(미리보기 사진)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하급심은 대화방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성착취물 소지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상 소지는 성착취물을 '사실상의 점유 또는 지배 하에 두는 행위'이다"며 "A씨는 대화방에서 접속을 유지하면서 촬영물을 언제든지 손쉽게 확인하고 보관할 수 있었으므로 소지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A씨가 가입한 대화방은 성명불상자가 개설·운영했을 뿐 A씨가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A씨가 성착취물을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 등에 전달하거나 (컴퓨터 등) 저장매체에 다운로드하는 등 실제로 지배할 수 있는 상태로 나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소지'로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성착취물 파일에 접근할 수 있는 상태만으로 곧바로 이를 '소지'로 판단하는 것은 문언 해석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어서 처벌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를 유지한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소지 여부는 성착취물 관련 범죄의 첫 단추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현행법으로 텔레그램 참여를 처벌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입법 등을 통해 제도를 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혜정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성착취물 대화방에 들어갈 의도가 입증되면 참여자를 처벌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돼야 성착취물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은의 변호사 역시 "텔레그램 등 SNS 운영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성착취물 대화방을 차단하고 적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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