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혐의에 따른 약식명령 청구때
주민번호 착각해 엉뚱한 사람 기소
검사가 실제 피의자가 아닌 엉뚱한 사람을 재판에 넘겨 유죄가 확정됐지만, 검찰총장의 비상상고와 대법원 판결로 유죄 판결이 취소됐다. 비상상고는 확정 판결에서 법령 위반이 발견된 경우 대법원에 심판을 청구하는 절차로, 오직 검찰총장만이 할 수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벌금 70만 원의 약식명령을 확정한 판결을 취소하고 공소기각 판결했다. 약식명령은 법원이 비교적 경미한 사건에서 정식재판을 거치지 않고 수사기록만 검토해 벌금형 등을 부과하는 것이고, 공소기각은 절차상 하자가 있어 사건을 심리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하는 것이다.
A씨는 지난해 4월 27일 경기 평택시 공원에서 B씨를 폭행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자신을 무시하고 약을 올렸다는 이유로 B씨의 얼굴을 두 차례 때리고, 발로 한 차례 다리를 걷어찬 혐의를 받았다.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지난해 10월 A씨에게 벌금 7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고, 같은 해 11월 확정됐다.
그러나 알고 보니 A씨는 이 범행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었다. 검사가 약식명령을 청구하면서 실제 범인과 동명이인인 A씨의 주민등록번호와 등록기준지를 잘못 적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검찰총장은 검사의 실수에서 시작된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기 위해, 올해 4월 대법원에 비상상고했다.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은 "검사가 공소장에서 표시상 착오를 바로 잡지 않은 채로 약식명령이 발령·확정되었다면 법령에 위반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확정된 약식명령은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에 무효"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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