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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난민 수용' 네타냐후 요청 뿌리치는 이집트... "무슬림형제단 부활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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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난민 수용' 네타냐후 요청 뿌리치는 이집트... "무슬림형제단 부활할라"

입력
2023.10.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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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네타냐후, EU에 '이집트에 압력' 로비"
이집트 대통령, "국민 반대" 이유로 반대
진짜 이유는 '하마스=무슬림형제단 분파'
형제단 축출로 집권 성공... '부활' 막는 듯

31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사망한 지역 주민들의 장례식 도중 아이들이 철문 앞에 기대어 서 있다. 칸유니스=로이터 연합뉴스

31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사망한 지역 주민들의 장례식 도중 아이들이 철문 앞에 기대어 서 있다. 칸유니스=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이집트에 '가자지구 난민 수용' 압박을 가하기 위해 유럽연합(EU)에 '로비'를 벌였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격멸을 위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이 속출하면서 국제사회 비난이 커지고 있는 탓이 크다. 가자지구 난민들이 이집트로 향하면, 이스라엘로선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격퇴 작전을 벌이는 게 수월해진다.

그러나 이집트는 "국민들의 반대"를 이유로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이는 표면상 명분일 뿐, 진짜 이유는 하마스의 뿌리인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무슬림형제단'이 이집트에서 부활하는 걸 막으려는 데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자 난민 못 받는다는 이집트... 왜?

3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EU에 '이집트가 가자지구 난민을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실제로 지난 26일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지만, 이집트의 반발을 의식한 유럽 정상들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난민 수용 제안을 일축했다고 FT는 전했다. 이와 별개로 가자지구의 부상자들을 이집트로 이송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으나, 이 역시 실현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는 게 신문의 설명이다.

이집트는 가자지구 접경지인 시나이반도에 난민을 수용하는 방안에 대해 일찌감치 반대 의사를 밝혔다. 최근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 이주는 실행 불가"라며 "이집트 국민 수백만 명이 거리로 나와 반대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 강제 이주를 원한다면)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으로 이주시키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2019년 압델 파타 엘시시(가운데) 이집트 대통령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간사이 국제공항에 도착해 영접 나온 인사들과 인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2019년 압델 파타 엘시시(가운데) 이집트 대통령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간사이 국제공항에 도착해 영접 나온 인사들과 인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엘시시 대통령 "하마스 작전 기지 될 것"

엘시시 대통령의 걱정은 따로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하마스가 다름 아닌 무슬림형제단의 분파라는 점이다. 올해로 이집트 철권통치 10년째인 엘시시 대통령은 2013년 무슬림형제단 출신인 첫 민선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를 축출하는 데 앞장섰다. 2014년 집권 후엔 무슬림형제단을 테러 단체로 지정하고, 그 지지자들도 탄압했다.

무슬림형제단 팔레스타인 지부로 출발한 하마스는 엘시시 대통령 입장에선 께름칙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의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엘시시 대통령은 최근 "(난민을 받으면) 이집트가 하마스의 작전 기지로 낙인찍힐 것"이란 우려를 내비쳤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엘시시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집트로 몰려들 경우, 상당수가 하마스의 이념을 갖고 올 것을 걱정한다"며 "그는 오랫동안 자신에게 최대 위협이었던 무슬림형제단의 부활이라는 두려움과 싸우고 있다"고 짚었다.

시나이반도에 흩어져 사는 베두인족(아랍계 유목민)과의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도 크다. 베두인족은 1979년 시나이반도가 이스라엘에서 이집트로 반환된 뒤, 줄곧 중앙정부로부터 차별과 소외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엘시시 정부 출범 이후 시나이반도 상당 부분이 군사 지역으로 바뀌면서 많은 베두인족이 삶의 터전을 잃은 만큼, 가자지구 난민 이주는 갈등의 불씨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코노미스트는 "서구에선 이집트 등 아랍국이 가자지구 인도적 위기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달라고 하지만, 이미 국내 사정이 복잡한 이집트는 그럴 생각이 없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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