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지적장애인 "혼자 택시 타게 해달라"
공단 "운전원 위협 우려, 동반자 필요" 거부
법원 "일괄 적용 안 돼... 개별 위험성 따져야"
뇌병변을 동반한 지적장애인의 장애인콜택시 신청을 거부하는 건 부당한 차별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 박범석)는 뇌병변과 지적장애가 있는 A씨가 장애인콜택시 관리·운행을 위탁받은 서울시설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차별행위 임시중지 가처분 소송을 지난달 23일 인용했다. 법원은 "공단은 본안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A씨가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더라도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게 하라"고 결정했다.
휠체어를 타 장애인콜택시가 이동 수단이었던 A씨는 올 4월 공단에 콜택시 이용을 신청했지만 "지적장애인은 반드시 보호자를 동반해야 한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그는 "혼자서도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며 차별행위 중지 가처분 및 본안 소송을 제기했고, 공단 측도 "지적장애인은 운전원과 이용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돌발행동을 할 수 있어 동반자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법원은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없는 지적장애인에게 보호자 동반을 요구하는 건 행정 편의만을 위한 부당한 차별 취급"이라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지적장애인에게 보호자 동반을 요구하는 이유는 이해되나, '모든' 지적장애인에게 일괄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A씨가 과거 운전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돌발 행동을 하는 등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볼 만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장애인콜택시에 탑승할 경우 차 내부에 휠체어가 고정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돌발 행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그가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고 싶을 때마다 활동지원사 등 보호자와 함께 할 수 없는 점도 감안됐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보호자 동반 의무가 없다는 것도 근거로 제시됐다. 부산, 인천, 대전 등 6개 시도와 택시업자들은 지적장애인에게 보호자 동반을 강제하지 않는다. 재판부는 "공단 측이 제출한 운행방해 사례 대부분은 자폐장애인 사건"이라며 "지적장애인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구별해 보호자 동반을 요구하지 않으면 보행장애인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일률적 행정 집행에 경종을 울린 결정"이라며 "장애인이 좀 더 편하게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공단 측은 A씨의 장애인콜택시 신청을 거부하지는 않되, 본안 소송에서 다시 한번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서울은 지방과 달리 장애인콜택시 수요가 많아 '동반자 필수' 규정을 둘 수밖에 없는 사정을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안 소송 변론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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