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여성·노인 석방하며 '인도주의' 부각
②'외국인 석방' 예고로 국제사회 자극
③영상 공개로 희망 고문+협상 압박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서 납치한 인질들을 이스라엘의 보복에 대한 '방패'이자, 전쟁 국면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납치 후 3주 이상의 시간 동안 드러난 하마스의 행적에는 240명가량의 인질을 상당히 치밀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마스의 '인질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①여성, 노인 등 취약계층을 석방해 하마스의 인간적 면모를 과시하는 수법을 쓴다. 또 ②'외국인 석방' 예고로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에 '하마스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라'고 대리 설득하도록 유도한다. 아울러 ③이따금 인질 영상을 풀어 이들의 생존 사실을 확인시킴으로써 '희망 고문'을 하는 한편, '이스라엘이 인질 협상에 응해야 한다'는 여론도 조성하려 한다.
①여성·노인 풀어주며 "인도주의" 강조
지난달 31일(현지시간)까지 하마스의 인질 석방은 딱 두 차례만 이뤄졌다. 10월 20일 미국인 모녀 2명(엄마 주디스 라난·딸 나탈리 라난)이, 같은 달 23일엔 이스라엘인 2명(누릿 쿠퍼·요체베드 리프시츠)이 각각 풀려났다.
석방된 인질 4명은 모두 여성이다. 특히 이스라엘인 2명은 각각 79, 85세인 노인이다. 하마스가 취약층을 석방 대상으로 고른 것은 '인도주의적 모습을 보여 주려는 것'이란 분석이 많다. 실제로 하마스는 두 번 모두 "인도주의적 이유로 풀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3일에는 "(인질이) 고령이라 건강상 이유를 감안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하마스는 '약자'가 납치 상태에서 사망할 경우, 자신들이 여론전에서 궁지에 몰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듯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전문가 분석을 토대로 "하마스가 더 많은 취약층을 석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②'외국인 석방'으로 이스라엘·우방 갈라치기
'외국인 인질'은 하마스에 특히 중요하다. 이스라엘로부터 공세 수위 완화,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등을 이끌어 내려면 자국민 구출에 민감하고 대이스라엘 영향력이 큰 미국 등이 나서 줘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첫 인질 석방 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지상군 투입을 연기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외국인을 풀어주겠다'는 메시지도 꾸준히 발신하고 있다. 줄곧 "외국인을 붙잡을 생각은 없다"고 밝히던 하마스는 지난달 31일 "며칠 안에 일정한 수의 외국인을 석방할 것이라고 중재자에 알렸다"고 발표했다. '외국인 우대', 곧 '이스라엘인에 대한 차별'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자국 내 입지를 흔들 수도 있다.
③'인질 상태 양호하다' 보여주며 '희망고문'
인질 영상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16일 음악축제 현장에서 납치된 이스라엘인 미아 심이 "부상을 입어 수술을 받았다. 이스라엘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영상을 공개했고, 같은 달 30일엔 이스라엘인 여성 3명이 "우리를 자유롭게 해 달라"고 호소하는 장면을 찍은 영상을 풀었다. 이때마다 이스라엘을 향해 '인질 협상에 응하라'는 요구가 커졌다는 점을 노리는 듯하다. 이들 영상 속 인질 역시 모두 여성이었다.
영상 속 인질들은 비교적 말끔한 복장 차림이고, 건강 상태도 양호해 보인다. 하마스가 인질을 잘 보살피고 있다는 걸 부각하려는 의도다. 바꿔 말하면 이들을 계속 '전쟁 무기'로 활용하겠다는 저의가 깔려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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