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인재 영입 업무 연속성 위해 불가피한 조치"
당내에선 "줄 잘 서라는 신호" "대통합은 쇼" 비판
'친윤석열계' 핵심으로 꼽히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2일 당 인재영입위원장에 임명됐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지난달 14일 당 사무총장에서 물러난 지 한 달도 안 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외부인사 영입을 총괄하는 핵심보직에 복귀했다. 김기현 대표가 혁신과 쇄신을 약속한 것과는 동떨어진 조치로 평가된다. 당내 일각에서 '국민 눈높이를 무시한 처사', '유권자를 우롱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의원 인선을 의결로 확정했다. 이 의원은 공천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총장을 맡았지만, 강서구 선거 패배 이후 "당의 안정과 발전적 도약을 위해 사임한다"고 밝혔다. 이후 19일 만에 또 다른 요직을 맡아 다시 전면에 등장한 셈이다.
당은 '업무 연속성' 측면에서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 의원이 전직 사무총장으로서 인재 영입 활동을 오래전부터 계속해 온 점을 감안했다"며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국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분을 영입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그간 이 의원이 물밑에서 접촉하고 설득해 온 외부 인사들을 원활히 당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한 인사였다는 의미다.
하지만 '친윤 감별사'로 불릴 만큼 정권 실세로 통하는 이 의원의 복귀에 '윤심(尹心)' 공천을 강행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는 앞서 8월 '수도권 위기론'이 제기되자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함께 승선하지 못한다'며 내부기강 잡기에 나섰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이 의원을 비롯해 강서구 선거 이후 사퇴한 당직자들과 격려 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여전히 이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한 초선의원은 "이럴 거면 (선거 패배 후) 대체 혁신위는 왜 세우고, 4시간 동안 의총은 왜 했느냐"면서 "결국 대통합은 쇼에 불과하고 이면에는 '줄 잘 서라'는 메시지 아니겠나. 민심 외면이 총선에서 어떤 결과로 나올지 뻔하다"고 우려했다.
당 지도부가 혁신위에 '전권'을 약속한 상황에서 이 의원에게 내년 총선 인재 영입을 맡기는 건 혁신 동력을 깎아먹는 것이라는 지적도 무성하다. 당 쇄신의 핵심으로 꼽히는 '수직적' 당정관계를 재정립하는 데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김웅 의원은 페이스북에 "혁신위는 통합을 외치면서 인재 영입은 친윤 감별사에게 맡긴다면 둘 중 하나는 거짓이라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민생과 소통, 협치로 변화를 꾀하려는 윤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격이나 마찬가지다. 영남지역 한 의원은 "(이 의원의 임명은) 최근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노력하는 대통령의 노력에 찬물을 확 끼얹은 것"이라며 "국민들 눈에 어떻게 비치겠나"라고 탄식했다.
허은아 의원은 페이스북에 "결국 끝끝내 핵심 기득권은 놓지 못하는 살찐 고양이들의 몸부림"이라며 "이번 인사를 보니 김기현 대표님 내려오셔야 할 것 같다. '대통령에게 할 말 하겠다'는 다짐은커녕 최소한의 국민 눈치도 못 보는 현실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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