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폭행으로 감봉 1년 징계받고도
2년 동안 6차례 폭언·폭행... 결국 해고
1심 "형사사건 수준인데 반성도 안 해"
2심 "경찰관 상해도 정직... 해고 과해"
1996년부터 대형 조선소에서 근무한 A씨는 2018년 8월 회사 회식 도중 후배를 폭행해 감봉 1년 징계를 받았다. "음주로 인해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하면 자진 퇴사하겠다"는 서약서도 썼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징계 다섯 달 만인 2019년 1월 회식에서 또다시 동료 직원의 뺨을 쳤고, 이듬해 4월에는 역시 회식 중 동료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사고를 쳤다. 2020년 5월에는 업무와 관련해 작업반장과 언쟁을 벌이다 망치로 위협했다. 다음 해 3월에는 동료 멱살을 잡고 욕설을 하다가 상대의 보안경까지 부러뜨렸다. 최초 징계 후 약 2년간 A씨의 폭언·폭행에 시달린 피해자는 6명이나 됐다. 사측은 이를 문제 삼아 그를 해고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가 "징계가 과하다"고 판단해 결국 법원 재판을 받게 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폭력 상당수는 형사소추의 원인이 되는 불법행위"라며 해고가 정당하다고 봤다. 폭행 경위, 수법에 비춰 고의성과 재범이 우려되고, 사측이 A씨의 폭력행위로 유·무형의 손해를 입은 만큼 고용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A씨는 "피해자들이 먼저 욕을 해 폭력으로 대응했다"고 억울함을 표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먼저 도발했다는 증거가 없어 책임을 떠넘기려는 의도가 짙다고 평가했다.
항소심은 원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 행정6-2부(부장 위광하)는 지난달 25일 "A씨 해고는 부당하다"고 밝혔다. 직원들이 피해를 봤고 기업질서가 훼손된 건 맞지만, 감봉과 해고 사이에 있는 정직이나 강등 징계면 충분하다는 취지다.
법원은 다른 직원들과의 형평성에도 주목했다. 2018년 7월~ 2021년 7월 이 회사에서는 장모 성추행으로 징역 5년형을 받거나, 협력사 여직원을 성추행한 직원만 해고됐다. 반면 음주운전 적발 뒤 도주하다 경찰관에게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직원에게는 정직 1년 처분을 내렸다. 사내 폭언과 폭행을 이유로 해고된 사례는 A씨뿐이었다.
2021년 3월 사건 이후 A씨를 조사한 사측이 앞서 2019~2020년에 일어난 사건은 피해자의 사후 진술에 의존해 실체를 파악할 수밖에 없었던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사실관계는 인정되지만 사건 경위가 일부 과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가 입사 후 감봉 1년 처분 외에 별다른 징계를 받은 적이 없던 것도 유리한 요소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폭력행위가 다른 징계 사례보다 조직문화와 기업질서에 더욱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고 단정할 수 없고, 작업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구체적으로 가늠하기도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노동법 전문가인 김남석 변호사는 3일 "항소심이 사내 폭행·폭언을 업무와 관련짓기보다는 사적 갈등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며 "해고의 경계선에 있는 사건이라 시각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체 관계자는 "상고를 검토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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